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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금배지의 마력


무게는 6g에 불과하다. 높이 12.8㎜에 직경은 16.5㎜로 작은 동전 크기지만 두께는 더 두껍다. 순은 재질이지만 도금을 해 금으로 보인다. 가격은 남성용 1만9,500원, 여성용 2만5,000원이다. 고유번호를 갖고 있어서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주인이 누구인지, 이게 뭔지 눈치챘을 법하다. 다름아닌 '금배지'얘기다.

요즘 이 금배지 때문에 금융계를 비롯한 경제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票心)을 잡기 위한 국회의원들이 시장질서는 물론 헌법에도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과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정부에서 정하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 뒤이어 여론의 화살은 정무위 의원들에게 쏟아지고 있다.

특별법은 원리금 5,000만원까지 보호하는 예금자보호 제도의 원칙을 11년 만에 무너뜨리는 것이다. 또 여전법 개정안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가격을 정부가 매기도록 해 시장질서를 송두리째 흔들게 된다. 이들 법안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소신을 갖고 반대 의사를 나타내거나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의원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금배지의 마력에 빠져 반이성적 집단행동을 취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양반이다. 일각에서는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오는 4월 총선에서 반드시 낙선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일부 언론에서는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사진을 모두 게재하며 이들의 후안무치를 꼬집기도 했다.

과연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법과 시장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회는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어진다. 그렇지 않다면 금배지에 대한 미련과 집착에서 일을 저질렀지만 누군가에게 뒷일을 맡기고 싶을 것으로 보인다. 그 누군가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에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나 본회의가 뒷일을 처리할 수도 있다. 다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무위 위원들이 법안에 대해 반대해 줄 누군가를 믿고 말도 안 되는 법안을 통과시켰기를 바랄 뿐이다.

만에 하나 두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단초를 제공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을 모든 국민들이 똑똑히 기억하고 금배지의 후광으로부터 그들을 끄집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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