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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호(43ㆍ사진) 지엔푸드 대표의 사무실 벽에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홍 대표가 생각하는 역지사지 정신은 ▦가맹점주의 입장에서 안심하고 영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직원의 입장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먼저 생각하고 실행하자는 것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1995년 한 외식업체의 매장 매니저로 외식업계에 입문할 무렵부터 만들어졌다. 홍 대표는 "매장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기 위해 고객과 매장 운영자 입장에서 늘 생각한 것이 지금의 지엔푸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엔푸드가 운영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은 2005년 3월 첫 매장을 연 후 약 3년만에 500호점을 돌파했으며 현재 859개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홍 대표가 굽네치킨을 창업할 당시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은 포화 상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양념치킨의 대표 브랜드인 멕시카나ㆍ페리카나 등에 이어 숯불구이 치킨을 내세운 BBQ치킨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고 새롭게 간장양념을 내세운 교촌치킨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해 가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의 새 트렌드가 '웰빙'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그에 걸맞는 치킨은 오븐구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홍 대표는 "오븐구이 치킨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트랜스지방이 없는 오븐치킨이 결국에는 치킨업계의 웰빙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가맹점주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맹점주들은 오직 영업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게 굽네치킨을 창업할 당시 그의 생각이었다.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본사 차원의 전국 물류망을 갖추고 양계장, 정육 공장, 치킨 전문점 등 관련 산업을 직접 운영해 양질의 원재료를 가맹점에 값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현재 지엔푸드가 운영 중인 양계장에서는 한달에 5만마리의 닭고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정육공장에서는 절단ㆍ가공ㆍ유통을 수행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있다. 홍 대표는 "이런 시스템 덕분에 2011년 초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에도 원가를 전혀 올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가맹점에 공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굽네치킨 가맹사업의 특징은 '4무(無)정책'이다. 로열티, 가맹비, 교육비, 보증금이 없으며 가맹점 인테리어 시공에 본사는 도면제작과 감리만 지원한다. 따라서 가맹점주는 원하는 인테리어 업자를 통해 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
홍 대표는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마케팅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최근 서울시내 12개 주요 지하철역에 외식업계 최초로 가상스토어를 개설하고 고객이 격자무늬코드(QR코드)를 활용해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선택해 메뉴를 배달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광고 제작이나 마케팅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려주기 위해 이벤트를 기획했다. 지난달 11일부터 8월까지 진행 중인 굽네치킨의 'UCC페스티벌'은 간단한 UCC를 제작해 올리면 94일간 하루 한 명씩을 선정해 94명에게 총 2억원의 상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다.
대표 브랜드인 '굽네'의 이니셜을 딴 'GN'으로 브랜드를 통일하기 위해 홍 대표는 지난해 초 외식사업을 운영 법인의 기존 이름인 '맛있는 생각'을 '지엔푸드'로 변경하고 물류 및 유통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별도법인인 '지엔로지틱스'를 설립했다.
홍 대표는 굽네치킨의 후속 브랜드로 철판 불고기 주점인 '두원아!! 한판하자'의 가맹사업도 시작했다. 그는 "추후 신규 브랜드로 치킨 업계뿐만 아니라 외식 업계 전반적으로 사업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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