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사업이 이 지경까지 온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가 지역주민과 이렇다 할 의사소통 없이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시범지구 지정 단계서부터 해당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정부는 이후 연내 착공 예정이던 시범지구 3곳 중 반발이 특히 큰 공릉지구의 착공을 내년 이후로 연기하고 공릉을 포함한 시범지구 5곳의 가구 수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그럼에도 주민 반발은 계속됐고 목동지구의 경우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정부가 목동지구를 놓고 양천구와 벌이던 2심까지의 소송에서 이기고서도 사업을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사업을 포기하려면 소송 전에 하든가, 소송에서 이겼다면 명분을 갖고 주민 설득작업에 나서야 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영향받아 공릉·송파·잠실지구 주민이 "형평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주장해도 할 말이 없어진 셈이다.
행복주택이 차질을 빚는 배경에는 자기 지역에 기피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님비현상이 똬리를 틀고 있다. 기존에는 지역주민이 거부하는 시설이 핵폐기물처리장·화장장·쓰레기매립장 등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임대주택마저 포함됐다. 시범지구 지정의 반대 이유가 겉으로는 지역주민의 안전문제 등이지만 실제로는 해당 지역의 집값 하락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님비현상을 극복하지 않고는 공동체가 지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