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 등은 28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억파운드(약 3,415억원) 상당의 국채를 수쿠크 형식으로 발행하는 방안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 이번주 런던에서 열리는 제9회 세계이슬람경제포럼(WEIF)에 참석해 런던증권거래소(LSE)가 산정할 '이슬람자본지수(Islamic index)'를 소개하기로 했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자 FT 기고문에서 "더시티(런던 금융가)는 이미 인도펀드ㆍ위안화 등 고속 성장하는 신흥자본의 중심지이며 이제 목표는 서방의 이슬람 금융허브가 되는 것"이라며 "런던은 (이를 통해) 세계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쿠크는 채권에 붙는 이자를 허용하지 않는 이슬람 율법(샤리아) 때문에 고안된 이슬람권 금융상품이다. 차입자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수쿠크를 발행하고 투자자는 이자 대신 SPC의 수익을 배당 형태로 받는다. 이슬람 금융보고서(GIFR)에 따르면 지난해 수쿠크 시장 규모는 1조3,000억달러로 해마다 15~20%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는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가 수쿠크 발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명박 정권 당시 한국에서도 수쿠크 개방 논의가 일었으나 개신교계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 5년간 340억달러 규모의 수쿠크가 증시에 상장되고 20여개 은행이 이슬람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등 서구 어느 나라보다도 이슬람 자본을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수쿠크 발행으로 기업 등 민간영역의 이슬람 자본유치를 더욱 촉진한다는 게 오즈본 장관 등 정부 요인들의 구상이다.
다만 실제 수쿠크를 발행, 운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FT는 "수쿠크 발행은 (이슬람에 적대적인) 이스라엘계 자본과의 마찰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기존 채권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규제를 가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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