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임원의 임명과 해임권을 가진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초 국정목표와 이념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국정철학의 공유가 또 다른 낙하산의 빌미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5년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처음에는 한결같이 낙하산 인사 척결과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고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임원 자리는 언제나 집권세력의 전리품으로 떨어졌다. 노무현 정권의 386인사, 이명박 정권의 코드인사, 천왕경영이 대표적이다. 일반기업과 비교할 때 공공기관ㆍ공기업의 경영성적이 형편없는 것도 결국 전문성과 직무능력을 결여한 코드ㆍ낙하산 인사가 초래한 결과물이었다.
박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내내 공공기관장 인선에 대해 '전문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도 '잘못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전문성' 대신 '국정철학'이 그 자리를 꿰찼다. '국정철학'과 '코드'가 결국 같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의 공공기관 개혁의지가 벌써 후퇴한 것 아니냐는 의문 역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곳이다. 그런 만큼 어느 곳보다 제 역할에 충실하고 깨끗해야 한다. 권력만 바라보는 코드인사로는 이뤄질 수 없는 내용이다. 국민행복이라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충실하되 전문성을 가진 기관장이 임명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개혁으로 공공기관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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