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가 힘을 잃고 있는 것을 계기로 위안화의 위상 강화를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외환보유액에서 비중이 너무 커진 달러 표시 자산을 조정해 안정적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위안화를 달러화에 버금가는 기축 통화로 만들기 위해 그 활용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우선 국제사회에서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기축 통화를 만들자는 분위기 조성과 새로운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수출로 벌어들인 수조원의 달러를 미 국채 등 달러 표시 자산으로 갖고 있다. 중국은 어느 순간 미국 경제가 더욱 나락으로 떨어져 달러화가 추락할 경우 미 국채 가격이 폭락해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는 형편에 처해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국제시장의 위안화 패권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의 일환으로 중국은 이미 지난 4월 초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불안한 달러화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명실상부한 기축 통화로 만들 것을 제의했고 결국 SDR 발행액을 기존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2,500억달러로 늘렸다. SDR는 글로벌 무역ㆍ금융 거래가 달러화 등 특정국 통화에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IMF가 지난 1969년 만든 것으로 달러화ㆍ유로화ㆍ엔화ㆍ파운드화를 적정 비중으로 묶어 발행하는 통화다. 중국은 물론 SDR가 당장 달러를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중국 경제와 위안화 위상에 걸맞게 SDR 구성 통화에 위안화를 집어넣고 점진적으로 비중을 늘려 기축 통화의 발판을 다지겠다는 속셈이다. 중국은 또 협력국들과 달러 스와프 계약을 확대해 포스트 달러 이후를 대비하고 실제 무역 거래를 할 때 위안화 결제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도 위상 강화를 꾀하고 있다. 러시아와 무역 거래시 위안화ㆍ루블화를 쓰기로 합의한 데 이어 최근에는 홍콩ㆍ한국 등 인접국들은 물론 브라질과도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무역거래 대금을 위안화와 헤알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러시아ㆍ인도와 함께 브릭스(BRICs) 국가의 일원인 중국과 브라질이 양국 간 결제통화로 달러화를 배제하게 되면서 기존의 세계 경제ㆍ금융질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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