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달포가 이달 28일 박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사실상 대독(代讀)시킨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원 댓글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치권에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댓글 의혹과 별개로 국회 본연의 임무로 돌아와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 현실은 달랐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파장이 확산되면서 정쟁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여야의 입씨름은 차마 듣기 민망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것은 아무래도 공허해 보인다.
결국 여권 전체로 보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 꼴이 되고 있다. 사건 자체가 전 정권에서 발생했지만 현 정권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여권 내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댓글 정국'의 장기화로 숱한 민생 법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국회만 가면 모든 법안과 예산이 올스톱 되고 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과 여권이 꽁꽁 얼어버린 정국을 반전시킬 카드가 없는 게 아니다.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국회 시정연설을 활용하면 된다. 박 대통령은 이 연설 전 영국ㆍ프랑스 등 유럽을 방문한다. 순방성과도 설명할 겸 자연스레 국회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 된다.
통상 총리가 대독해온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박 대통령으로서는 껄끄러울 수 있다. 하지만 총리 대독으로 여야 간의 대치와 국회운영의 파행을 키우기보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나와 경제ㆍ민생 법안을 위해 협조를 구해야 할 때다.
만약 이번 정기국회에서 주요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예산안이 해를 넘기는 파국을 맞는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미국 경제의 심대한 타격을 주고 끝난 미국의 셧다운(정부 폐쇄)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야당도 당연히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모두가 사는 길이고 국민들이 정치에 기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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