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승리감을 누릴 새도 없이 새로운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에만 주력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는 소비세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헌법개정, 원전 재가동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핵심 이슈들이 전면에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권 기반을 굳힌 아베 총리가 이들 핵심 정책을 과감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한편 일각에서는 선거 후 그동안 간신히 봉합됐던 당론의 균열이 커지면서 아베 정권과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자민당이 기존 의석 50석에 68석을 보태 118석을 차지하는 제1당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을 합치면 여당이 총 137석으로 과반수(122석)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요미우리ㆍ니혼게이자이ㆍ산케이신문 등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아베 정권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장기집권의 첫 관문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수명을 좌우할 진짜 고비는 민감한 이슈들이 잇달아 터져나올 올 가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은 지금까지 선거를 의식해 민감한 여러 사안들에 대해 내분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일단 시험대를 통과하고 나면 그동안 간신히 억제해온 당내 이견이 분출되며 정권에 새로운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경고했다.
가장 주목되는 쟁점은 소비세 인상이다. 블룸버그는 전문가 조사 결과 일본이 내년 4월 예정대로 소비세를 3%포인트 인상하면 내년 2ㆍ4분기 일본 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 -4.4%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베 정권은 원칙론적으로 소비세 인상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올 가을 결정의 시기가 다가오면 당내 반론이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전 자민당 총재는 "아베 총리가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한다면 장기집권의 길이 열리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당의 원칙을 세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TPP 역시 아베 정권이 올 가을 이후 맞닥뜨려야 할 사안이다. 일본이 23일 첫 교섭에 참가하면 농업ㆍ자동차 등 쟁점 분야에 대한 참가국과의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편 각 이해단체와 연관된 자민당 내부의 이견과 압력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븐 리드 주오대 정치과학 교수는 "자민당 내에는 TPP에 반대하지만 아직까지 입을 열지 않는 이들이 많다"며 선거 이후 이들의 반발이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개헌에 대한 자민당과 공명당의 이견도 선거 이후 풀어야 할 과제다. 선거에서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평화헌법 개정에 신중한 공명당이 자민당의 개헌 추진에 반기를 들며 연정에 균열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원전 재가동 역시 선거 이후 현실에서 부딪쳐야 하는 문제다.
이이오 준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수는 "현 정부의 수명은 아베 총리가 올 가을을 잘 넘길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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