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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해외IB '잃어버린 10년'

지난 2007년은 증권사들이 해외거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한 해로 기억된다. 베트남ㆍ카자흐스탄 등 지역별로 편중된 점이 아쉽지만 외환위기와 대우사태를 거치면서 미국ㆍ일본등 몇 군데만을 남겨놓고 80여개의 해외점포를 황급히 접어야 했던 지난 10년의 세월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더욱이 단순한 현지 증권중개에서 돈 될만한 부동산ㆍ사회간접자본(SOC)에 직접투자(PI)하기 위해 투자처를 발굴하거나 투자은행(IB)ㆍ자산관리로 주요업무가 바뀌고 있는 점도 돋보였다. 하지만 고무적인 움직임은 여기까지다. 그동안 신흥국이나 미개척 국가로의 진출을 미뤄온 탓에 투자처를 찾거나 수익사업을 개발할 기반이 거의 없는 상태다. 예비신흥국으로 주목받는 베트남에는 최근 2년 동안에만 8군데의 국내 증권사가 진출했다. 먹잇감을 찾기 위해 사무소나 파견 형태로 진출한 국내 건설ㆍ시행사들도 200개사에 달한다. 하지만 대어급 프로젝트사업으로 의미 있는 결실을 맺는 경우는 일부 몇 개의 대형건설사에만 해당된다. 투자처도 마땅치 않고 새로운 개발사업을 만들 노하우도 부족하다보니 증권사들도 한숨만 쉬고 있다. 공모ㆍ사모 부동산개발투자펀드를 만들어 수백ㆍ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들인 일부 증권사는 돈을 굴리지 못하고 쌓아놓고만 있는 실정이다. 증권사들에도 잃어버린 10년의 ‘그늘’은 춥고 길게 드리워져 있다. 10년의 공백기간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민관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일본은 베트남 호치민~하노이 간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도맡기 위해 300억달러가 넘는 건설비의 70%가량을 일본정부가 지원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멀리서 입맛만 다시는 쪽은 국내 건설사와 증권사 등 투자금융사들이다. 일본이 국책사업을 챙기면 천문학적 수익이 예상되는 고속철 주변 개발사업도 일본 건설사와 투자업체로 고스란히 넘어가게 된다. 해외진출 업체의 역량만으로는 자국정부의 ‘융단폭격’을 앞세워 거세게 진격하는 선진 투자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차기 이명박정부는 대형 IB육성과 아시아 금융허브 전략 추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선진금융사들이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지 않은 미개척지에서의 성과는 국내증권사에게 대형IB로 크는 성장촉진제가 될 것이다. 새해가 증권업계의 잃어버린 10년의 그늘을 걷어내고 해외사업의 결실을 맺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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