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2월, 튀니지 중부의 작은 도시 시디부지드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던 20대 청년이 경찰 단속에 항의해 분신자살을 할 때만 해도 이 사건이 중동 아랍 국가들의 독재를 차례로 무너뜨리는 '아랍의 봄'의 시초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지난해 2월 '현대판 파라오'로 불리던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대통령이 국민의 민주화 요구에 백기를 들고 하야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불과 1년여 뒤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이 또 다른 독재에 반대하는 시위대로 뒤덮이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하게 중동을 뒤덮었던 아랍의 봄 혁명이 지금 2년 만에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이집트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현대판 파라오 헌법'을 둘러싸고 국론이 두 동강 나면서 무바라크 하야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이슬람주의자와 무르시 반대 세력의 첨예한 대립 속에 이집트는 다시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혁명의 진원지인 튀니지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들끓고 있다. 튀니지는 장기 독재를 해온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축출한 뒤 총선을 통해 이슬람 정권이 들어섰지만 경제난과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혼란이 고조되면서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뛰쳐나와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튀니지노동총연맹(UGTT)은 오는 13일 약 2년 만의 총파업을 계획 중이다.
시리아에서는 반군의 공세와 국제 여론 악화로 궁지에 몰린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국민을 진압하기 위해 맹독성 사린가스를 폭탄에 탑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년여 전 용병까지 동원한 무차별 반군 진압으로 수많은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의 광기를 연상시킨다.
아랍의 시계는 봄에서 겨울로, 거꾸로 흘러가는 듯하다.
그렇다고 아랍의 봄이 실패에 그쳤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이집트에서는 마흐무드 멕키 부통령이 야권과 헌법에 대한 수정안을 협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은 들끓는 국제 여론과 반군의 기세에 망명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희망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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