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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회초리 맞는 심정으로 바지를 걷어 올리겠습니다."
6·4지방선거 후보등록 후 첫 주말인 17일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선거활동에 임하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선거가 불과 1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정부·여당은 물론 정치권을 향한 싸늘한 시선을 의식한 듯 몸을 바짝 낮추는 모습이 역력했다.
남 후보의 신중한 태도는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말을 맞이해 야외활동에 나선 등산객들을 만나기 위해 오전부터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광교산을 향하면서도 그는 정장 차림을 고수했다. 남 후보와 함께 현장에 나온 선거 캠프 관계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수원지역의 낮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갔지만 넥타이를 풀어낼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아직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편안한 등산복 차림이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 점퍼'도 경선 단계에서부터 일찌감치 벗어던진 뒤 당 로고가 작게 새겨진 하얀 점퍼에 노란 리본을 달고 현장을 누볐다.
현장에서도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대신 '듣는 일'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쓴소리를 듣고 철저히 반성하는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등산객들의 손을 맞잡으면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등 유권자들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는 말보다는 "즐거운 산행 하세요" "봉사활동 열심히 하세요"라는 인사말로 친근감을 표시했다. 특히 자녀를 동반한 유권자를 만나면 더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교육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남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세월호에서 많은 10대들이 희생된 탓에 어린 학생들을 보면 뭔가 짠해지면서 한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 후보는 이어 광교공원에서 열린 수원중·고 총동문회 등반행사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는 경쟁 상대인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후보와 만나 가벼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오후에는 도내에 위치한 한 사찰을 방문해 스님들과 점심공양을 함께 하며 세월호 참사 및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남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남 후보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지만 다른 종교지도자 분들의 말씀을 듣는 일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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