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다. 세계 금융시장에 미달러화 유동성을 공급해줬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ㆍ연준)의 양적완화정책 기조가 변경될 경우 그동안 개발도상국에 투자됐던 국제투자자금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환류돼 개발도상국의 경제 및 금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개발도상국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예컨대 인도 루피화는 2012년 말 미화 1달러당 54.86루피에서 지난달 20일 62.27루피로 그 가치가 11.9% 하락했으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란드화는 같은 기간 중 미화 1달러당 8.48란드에서 9.87란드로, 브라질 레알화는 미화 1달러당 2.05레알에서 2.20레알로 통화가치가 각각 14.0%와 7.1% 하락했다.
외자 급속 유출 땐 우리도 안심 못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 영향이 크지 않다. 우선 환율은 지난해 말 미화 1달러당 1,063원에서 지난달 26일 1,075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 또한 경상수지는 올해 8월 중 57억4,000만달러의 흑자를 시현했고 외국인 증권투자도 8월 중 19억6,000만달러가 순유입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대외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정책당국이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6월 말 현재 3,264억달러인데 이는 단기외채 1,196억달러를 크게 초과하는 수준으로 비상시에 대처하기 위한 유동성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향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크게 우리 금융시장의 높은 개방도와 일부 대기업에 편중된 수출구조 때문이다.
우리 금융시장에 대규모로 투자된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유출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 있다. 6월 말 현재 외국인의 우리나라 증권에 대한 투자규모는 주식 3,111억달러, 채권 2,203억달러 등 총 5,314억달러로서 외환보유액의 1.6배에 달한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2007년 287억달러, 2008년 336억달러가 순유출됐던 것이 지난 금융위기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외화 유동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자본 변동성관리ㆍ수출 다변화 나서야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것은 전통적으로 국제적인 자본의 흐름에 대한 통제에 부정적인 견해를 견지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과도한 자본유출입 변동성에 대응하는 정책적인 수단으로써 자본유출입관리(capital flow management)가 사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우리 경제가 경험한 금융 및 외환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과도하게 높았다는 점에 기인한다는 인식하에 2010년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향후에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조치들과 함께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의 노력 또한 지속할 필요가 있겠다.
또 다른 유의점으로 우리나라의 수출구조가 일부 대기업과 특정 부문에 편중돼 있어 해당기업과 사업 부문의 수출실적 악화가 우리나라 경제 및 외환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2011년 수출액이 101조7,000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6.5%에 달했다. 수출경쟁력 강화를 통한 대기업의 수출규모 확대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출실적이 일부 기업과 사업 부문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은 국가위험 관리라는 차원에서 볼 때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재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향후에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도록 정책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수출 기업과 부문의 다변화를 위해서도 향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겠다.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독일이 금융위기 과정에서도 좋은 경제 성과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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