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파업과 분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가뜩이나 인건비 상승으로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사분규는 기업들을 중국 밖으로 내모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의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 생산공장인 위위안은 직원만 4만여명에 달한다. 위위안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요구는 사회복지제도 개선과 주택자금 지원이었다. 회사 측이 실제 임금에 따라 사회복지와 주택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최소한의 금액만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 근로자들의 불만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파업이 대부분 월급체납이나 무리한 노동강도 등에서 비롯된 것에 비하면 성격이 크게 달랐던 셈이다. 위위안의 파업에 대한 중국 노동 전문가들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것이었다. 인구감소로 중국에서는 이미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임금은 올라가고 노동자의 권리의식도 강해짐에 따라 중국의 노사분쟁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 노사관계 전문가인 레스리 리거너는 "고용주에게 올해는 아주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더 많은 파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위위안 외에도 월마트·IBM 등이 노사분쟁을 겪었고 한국 대기업 공장에서도 지난 3월 사회보험 기여금 문제로 파업이 일어났다. 중국 노동통신에 따르면 2011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중국에서는 총 1,171건의 파업과 노사분쟁이 있었으며 파업이 가장 많이 일어난 지역은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는 광둥성으로 나타났다.
노사갈등이 정부 통제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도 기업들에는 부담이다. 공산당의 하부 노동자 단체인 공회에 대한 반발이 일반 노동자들에게 확산되면서 자생적 노조운동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에서 여전히 공회를 제외한 노동조직을 인정하지 않고 파업도 불법이다. 그러나 사측 입장에서 자생적 노동조직이 힘을 발휘해 협상력을 가질 경우 대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19일 월마트의 후난성 창더점 폐쇄를 둘러싼 갈등은 중국의 노사분쟁이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점포 폐쇄에 따른 보상금 규모를 놓고 공회와는 별개의 조직이 매장점거를 하며 시위를 벌였다. 뒤늦게 창더시 공회가 시위 지지 의사를 밝히고 중재에 나섰지만 공회에 대한 노동자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앞서 IBM 공장 파업에서는 공회가 노동자의 권리보다는 간부들의 집단이익을 챙기는 이익집단으로 변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베이징=김현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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