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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은행들 사이에 인수ㆍ합병(M&A)을 통한 대형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는'규모의 경제'를 통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뛰어넘고 또 최대 경쟁자인 미국 은행들과 겨룰 수 있는 힘을 키우자는 것이다. 은행간 M&A의 붐은 지난 90년대에 미국에서 유행처럼 일어났고, 유럽에 이어 조만간 아시아로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이들 은행들은 이미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대한 적극 공략에 나서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1위은행인 유니크레디트는 3위 카피탈리아를 295억달러에 인수하며 시가총액 기준 유럽2위이자 세계 7위로 올라섰다. 통합은행명은 유니크레디트로 유지되며 현 유니크레디트의 알렉산드로 프로푸모 행장이 최고경영자(CBO)에 오르기로 했다. 프로푸모 행장은 "이탈리아의 두 선두은행이 합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합병 유니크레디트는 이제 이탈리아만의 은행이 아닌, 유럽 최고의 은행이 됐다"고 말했다. 유니크레디트의 이번 합병을 재촉한 것은 2위 은행인 인테사의 위협이었다. 인테사는 지난 1월 브라질의 상파울루IMI를 인수하며 1위 자리를 넘봤다. 글로벌 M&A가 이탈리아 국내의 M&A를 촉진한 셈이다. 불안한 유니크레디트는 앞서 프랑스의 소씨에테제네랄과의 합병도 타진한 바 있다. 올들어 글로벌 금융분야에서 유럽 은행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하게 전개됐다. 연초 영국 바클레이스는 912억달러를 지불하고 네덜란드의 ABN암로를 인수하기로 발표했다. ABN암로 인수전은 같은 영국의 RBS가 끼어 들어 막판 혼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누가 승리하든 유럽 2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럽 은행들이 이렇게 몸집 불리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치열한 금융서비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M&A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서다. 유럽은행들끼리 덩치를 키움으로써 미국과 대항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미국 은행들의 경우 이미 치열한 M&A를 거치면서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등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일단 교통정리가 된 상태다. 씨티그룹이 지난 4월 일본의 3위 증권사인 닛코코디얼을 인수하고 또 중국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미국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계 은행들이 급등하는 주가를 무기로 글로벌 M&A시장에 손을 내밀고 있다. 중국공상은행과 중국은행은 상장한 후 바로 세계 3, 6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하며 막대한 종자돈을 모은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은행들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M&A는 이를 위한 '기초닦기' 작업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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