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휘정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월세에 부담을 느낀 전세 세입자들이 아예 주택매입에 나서거나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갚아주는 과정에서 각각 대출에 의존해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원은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이 발생하는 가운데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 수가 최근 수년간 꾸준히 늘어난 것에 주목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월세 가구 수는 2012년 18.6%에서 2014년 21.8%로 3.2%포인트 증가했다. 또 올해 상반기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3.4%를 기록, 2012년(33.9%)보다 9.5%포인트 증가했다.
전세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지역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전세가율)이 70%에 도달했다. 올 상반기 주택매매거래량도 역대 최대 규모인 61만796건을 기록했다. 이처럼 월세 전환율이 높아지고, 전세가가 폭등하면서 전세보유자가 주택 매입에 나서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초저금리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은행 대출 문턱이 낮아져 전세 세입자들이 주택 매입을 위해 대출받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봤다. 임대인들 역시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내주면서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 연구원은 분석했다.
통계청의 2014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대보증금 부채를 보유한 가구 가운데 보증금이 금융자산을 초과하는 경우가 전체의 52.8%에 달했다. 이는 세입자가 이사 갈 때 임대인 중 절반 이상이 빚을 내 보증금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초저금리 때문에 은행 이자를 지급하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게 수익률이 높은 점도 임대인들을 주택담보대출 시장으로 이끌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전세보증금이 앞으로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며 “최근의 주택담보대출 급증세도 이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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