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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뚝심이 만든 기막힌 반전드라마… 연내 통합 힘 받는다

■ 뒤집힌 하나·외환銀 통합중단 판결

승인열쇠 쥔 금융위도 적극적 개입 명분 확보

반발하던 노조와 진전된 협상 시작 가능성 커

/=연합뉴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뚝심 있는 대응이 결국 기막힌 반전을 만들어냈다. 지난 2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절차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던 법원이 4개월 만에 180도 바뀐 입장으로 돌아서며 양 행 통합에 되레 힘을 실어줬다. 보수적인 법원의 전통에 비춰볼 때 '이변'이라 할 만한 일이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하나금융 측은 지금까지의 통합 추진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승기를 잡게 됐다.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의 명분을 확실히 얻었을 뿐 아니라 향후 외환 노조와의 소송전 등으로 통합이 지연될 가능성도 사실상 차단됐다. 연내 조기통합이 가시화된 것이다.

통합 승인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 역시 이 사안에 다시 적극적으로 개입할 명분이 확보됐다. 금융위는 올 초 신제윤 전 위원장이 하나·외환 통합 승인을 강행하려다 법원의 통합중지 가처분 결정으로 상처를 입은 후 통합 논의에서는 사실상 손을 떼고 있는 상태였다.

◇180도 바뀐 법원 입장…확실해진 조기통합 명분=무엇보다 법원의 판시 문구 하나하나가 전향적으로 바뀌며 양 행 통합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 인상 깊은 부분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하나·외환은행 통합의 가장 큰 쟁점인 '2·17합의서(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 보장)'에 대해서 "2·17합의서의 구속력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며 "원결정(지난 2월의 통합중지 가처분 인용) 효력을 계속 유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5년 동안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2·17합의서의 구속력을 무조건 인정할 수는 없으며 경영적 판단에 따라 조기 통합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하나금융에 확실한 명분을 준 것이다.

법원은 특히 "원결정 이후 기준금리가 사장 최저 수준인 1.5%까지 낮아져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는 등 금융환경의 여러 변화로 은행산업 전반의 업황이 이 사건 가처분 결정 당시에 비해 더 악화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도 밝혔다. 이 역시 하나금융 측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금융산업 전반의 악화와 이에 따른 '외환은행의 생존위협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또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은 합병 과정에서 외환은행 근로자들의 지위·근무조건·복리후생 등 외환은행 노조 측의 중요한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상당한 배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금융이 외환 노조 측에 제시한 협상안에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줬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하나금융과 외환 노조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하나금융 측이 여론전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몸 낮춘 김정태 회장…연내 통합 속도 붙인다=김 회장은 이날 법원의 판시 직후 '통합 재추진'을 공식화는 동시에 외환 노조 측에 노사 상생을 위한 대화합을 전격적으로 제의했다.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하자는 메시지다.

이는 법원의 달라진 입장을 근거로 외환 노조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나금융 측은 "조기통합을 다시 추진하면서도 양 행 경영진은 기존 입장과 변함없이 노조와의 대화는 계속해나갈 것이며 노조 측도 은행과 직원들의 미래를 위해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회장도 이날 "노조가 은행과 직원의 미래를 위해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나금융과 외환 노조와의 간극은 여전히 큰 상황이지만 앞으로 양 행 통합 추진은 확실히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측은 당장 다음주라도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통합의 가장 큰 장애물이 사라진 만큼 12월까지 통합하겠다는 목표를 좀 더 당길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하나금융이 섣부르게 노조를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일단 다음달까지는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 노조 역시 더 이상 조기통합을 막을 명분이 약해진 만큼 보다 진전된 협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도 통합 지연에 대한 피로감이 심해지고 있어 노조가 느끼는 압박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 노조 측은 이날 "대화에는 성실히 임하겠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계약 당사자들끼리 만든 2·17합의서의 의미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금융위의 입장이다. 올 초 양 행 통합을 추진했던 금융위는 내부적으로 법원의 가처분 이의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사안을 덮어둔 상태다. 하지만 법원의 달라진 결정으로 금융위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상당히 넓어졌다.

특히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금융개혁'의 연장선으로 볼 경우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외환이 연내 통합할 경우 당장 금융지주 중심의 국내 금융업계에는 경쟁 구도가 분명해지면서 업계 전체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하나·외환은행 통합은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핀테크나 인터넷 은행 도입보다도 국내 금융산업에 당장 눈에 띄는 경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형 이벤트"라며 "금융당국이 다시 면밀히 통합 효과를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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