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특허권 확보를 위한 '골드러시'에 나서고 있다.
IT기업들의 특허전략이 경쟁사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유리한 특허를 경쟁적으로 사들이는 '투트랙'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특허인수를 주도하는 세력도 과거 특허괴물(특허기술을 사들여 로열티 수입을 챙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 회사)에서 대형 IT기업들로 바뀌고 있으며 특허가격이 치솟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10일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마이크로소프트(MS)가 AOL의 특허 800건을 10억6,500만달러에 인수한 것과 관련해 "대형 IT기업들의 영업 및 법적 전략에서 특허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점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대형 IT기업들은 특히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바일기기 시장과 관련된 특허를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이 분야의 특허가 많기 때문에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한편 최근 잇따르는 특허분쟁에서 승리하려면 특허를 많이 보유할수록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C 드럼몬드 구글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최신형 스마트폰에는 25만건의 잠재적인 특허권이 걸려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MS가 AOL에서 인수한 특허들도 검색과 e메일, 고객맞춤형 온라인 광고 등 초기 인터넷과 관련된 것이 많다. 또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운영체제(OS)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바일기술과 관련된 특허도 포함된 것으로 특허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이 IBM으로부터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킹ㆍ검색기능 관련 특허 750건을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구글이 휴대폰 업체인 모토로라모빌리티를 12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이 회사가 확보한 1만7,000건의 특허도 함께 취득했다. 또 MS는 애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캐나다 통신업체 노텔네트웍스의 특허 6,000건을 45억달러에 매입하기도 했다.
특허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특허가격도 뛰어오르고 있다. MS가 인수한 AOL 특허의 경우 전문가들은 3억~6억5,000만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지만 최종 인수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았다. 건당 가격도 130만달러로 앞서 MSㆍ애플이 공동 인수한 노텔네트웍스 특허의 건당 가격인 75만달러의 두 배나 된다. 당시 이 가격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거래되는 IT 특허 평균의 4배에 달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콜린 첸 산타클라라대 법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로열티 수입을 노린 특허괴물들이 주로 특허를 사들였다면 최근에는 대형 IT기업들이 가세해 단순히 특허를 금융자산이 아닌 경쟁적 우위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IT 관련 특허의 경우 특허권의 범위가 넓고 애매해 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으며 이에 따른 이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마이클 J 모이어 보스턴대 법학과 교수는 "소프트웨어 및 통신산업에서는 특허소송 비용이 발명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의 두 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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