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방어벽이 뚫리면서 글로벌 경제도 급속도로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그리스 사태가 유럽 위기로 비화되는 와중에 글로벌 금융시장도 극도의 불안 양상을 보이면서 각국 경제도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 위기 글로벌 경제로 불똥=현재 각국 경제의 하강 속도는 예상보다 더 심상찮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 위기의 여파로 주요 성장동력인 수출이 둔화되면서 경착륙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경제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지난 4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하는 데 그쳐 2009년 5월(8.9%)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0일 발표된 4월 수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불과 4.9% 늘어나 예상치인 8.5% 증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수출ㆍ소비ㆍ투자 관련 주요 경제지표가 당초 시장 전망치보다 크게 부진해 중국 경제가 올 1ㆍ4분기에 바닥을 칠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올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8.1%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5분기 연속 하락했다.
일본은 올 초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등에 힘입어 모처럼 찾아온 엔저 흐름이 유럽 재정위기 재연으로 저지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엔화를 비롯한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하면서 엔화는 달러당 79엔대의 강세를 이어가며 다시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신흥경제국인 브릭스(BRICs) 경제도 주요 수출 지역인 유럽의 경기침체로 성장동력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달 중국의 산업생산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브라질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7%로 급락하는 등 지난해 하반기 경제지표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도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최근 위기 재연으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데다 유럽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미국 경제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경고했다. 특히 유럽 은행들의 자금난과 은행 시스템 위기는 미국의 은행 위기와 투자가 손실로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에 유가 급락=유럽 위기가 증폭되면서 안전자산으로 글로벌 자금이 몰리고 유가는 급락하고 있다.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의 불안심리는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는 강해지고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14일 현재 전일 대비 1.98% 상승한 21.87을 기록했다. VIX는 높을수록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해 일명 '공포지수'로 불린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의 경우 1.8%대를 밑돌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유가와 금 등 원자재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6월 인도분은 1.4% 하락한 배럴당 94.7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9일 이후 최저 수준이자 이달 들어 9.6%나 급락한 것이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말 이후 4개월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금 6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NYMEX에서 온스당 23달러, 1.5% 하락한 1,561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2월29일 이후 최저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 참가자들이 유로존 재정위기 재부각으로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증시가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등으로 갈아타는 자금이 더욱 늘어나고 있고 유로화 매도로 인해 엔고 현상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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