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중국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보여온 장쑤성이 이제는 부채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 내에서 광둥성과 함께 '경제대성'으로 불리던 장쑤성이 '채무대성'으로 전락했다며 지방파산의 첫번째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내 지역총생산액(GRDP)에서 장쑤성은 광둥성에 이어 2위다. 지난해 말 기준 장쑤성의 GRDP는 전년보다 9.6% 늘어난 5조9,161억위안(약 989조원)으로 동남아 최대 경제국 인도네시아와 맞먹는다.
장쑤성은 빚에 쪼들리고 있다. 심계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장쑤성의 전체 채무는 3,263억위안에 달하며 장쑤성 내 13개 도시 중 난징시를 포함해 6개 도시의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섰다. 장쑤성은 지난해 상반기에만도 835억위안의 지방채를 발행했고 하반기에도 700억위안 규모를 발행했다. 한해 동안 무려 1,535억위안의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이는 전국 31개 성시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마저도 지방정부가 직접 발행한 '성투채'라는 채권만 집계했을 뿐 중앙정부의 지방융자 플랫폼(LGFV) 외에 다른 발행 플랫폼과 은행대출·보증채 등을 포함하면 장쑤성은 지난 한해 2,500억위안이 넘는 빚을 더 떠안게 됐을 것이라는 게 중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장쑤성 내 도시별로는 쑤저우시가 가장 많은 428억위안(지난해 8월 기준)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고 난징 418억위안, 창저우 354억위안, 우시 340억위안, 양저우 126억위안 등의 순이다. 홍콩 매체인 봉황망은 "부채가 재정수입을 초과한 6개 도시의 경우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재정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며 "중국 성정부의 파산 시나리오가 시나리오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연안 산업기지의 역할을 하는 장쑤성의 파산 시나리오까지 나오게 된 것은 과잉생산 때문이다. 태양광산업을 비롯해 석유화학·철강·조선 등이 장쑤성에 집중돼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뿌려진 유동성으로 장쑤성 정부는 각 기업의 생산확대를 지원했고 3년이 지난 2011년부터 수요위축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며 장쑤성의 재정을 압박했다. 최근 상하이차오리에 이어 회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쉬어우통선종하오나 뱅크런(대규모 예금이탈) 사태가 발생했던 옌청시의 셔양농촌상업은행 등이 모두 장쑤성에 있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토지매각 대금에 의존하던 장쑤성의 재정수입이 급감해 재정압박은 더욱 커졌다. 위쉐쥔 장쑤성 은행감독관리위원회 국장은 "부동산 경기가 식을 경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곳은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지방정부"라며 "이미 장쑤성은 재정압박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방부채로 은행들은 부실자산 털어내기에 바쁘다. 지난해 공상ㆍ농업ㆍ중국ㆍ건설ㆍ교통 등 중국 5대 국유 상업은행의 부실대출 상각처리 규모는 590억위안으로 전년보다 127%나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역시 장쑤성의 부실자산 처리가 가장 활발하고 상업은행의 부실대출 중 철강무역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는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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