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등 주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할 경우 이번 크리스마스는 축복이 아닌 '악몽'으로 돌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에 기름을 붓는 작용을 하며 증시ㆍ외환ㆍ국채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한층 증폭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예고됐다지만 실제 액션에 돌입할 경우 지난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때와 맞먹는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등급 강등은 예견된 수순=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지난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AAA등급 강등은 극복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어려운 일이 하나 추가된 것일 뿐"이라고 말해 신용등급 강등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사르코지 대통령이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하며 AAA등급을 자랑스러워 하던 것과는 180도 바뀐 것인 만큼 국민과 금융시장에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피치는 16일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면서 "프랑스의 부채가 오는 2014년 국내총생산(GDP)의 9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해 추후 신용등급 강등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8~9일 개최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결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앞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EU 정상회의가 끝난 뒤 가능한 한 빨리 유로존 15개국에 대한 등급 검토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르면 이번주 중 후속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 대혼란 예고=유로존 주요 국가들의 신용등급 줄하향은 이 지역의 재정위기를 부채질하는 동시에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자본조달비용이 상승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내년 프랑스가 국채 원리금상환 및 신규대출 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4,000억유로(약 602조원)에 달하며 자금조달비용이 1%만 올라도 40억유로의 자금을 프랑스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프랑스와 같은 최고등급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간다면 재정위기국을 지원할 자금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로안정화기구(ESM) 등의 재원 마련에 상당 부분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때도 시장에서는 이미 신용등급 강등이 예상돼 있어 주가 등에 미리 반영돼 있다는 주장들이 있었으나 강등 이후 시장이 대혼란을 겪은 경험이 있다"면서 "유로존 등급 강등시에도 동일한 모습이 재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 국가들 대책회의서 묘수 찾을까=시장에서는 20일께 개최될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이터는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20일 회의를 열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들 재무장관은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불이 발등에 떨어진 만큼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 확대 필요성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무디스가 벨기에의 신용등급을 2단계 하향 조정한 17일 전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이자 ECB 집행위원 출신의 가이 콰덴은 "유로존이 재정적자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ECB가 채권매입 프로그램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19일 유럽 의회 경제금융위원회에 참석해 어떤 입장을 발표할지도 주목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 시장에서 ECB가 유로존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는데 대해 "유로존 내 과도한 채무를 진 국가들을 위한 외부의 구원자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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