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5일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마련한 ‘국정과제 100일 플랜(혹은 3개월 플랜)’이 모습을 채 드러내지도 못하고 물거품 됐거나 공회전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처럼 일부 계획은 이행했으나 역풍만 초래했고 정상적으로 이행된 일부 국정과제마저도 각종 비판에 직면하면서 빛이 바랬다. 정부 초기 국정 주도권 장악에 실패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향후 고난의 행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 한 직후인 2월27일 단독 입수해 보도한 ‘MB 정부 100일 플랜’을 15일까지 최종 점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인 2월 중순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4대 부문 29개 과제를 ‘국정과제 초기 100일 플랜’으로 확정하고 명칭만 ‘3개월’ 플랜으로 수정했다.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치르며 한미관계ㆍ북핵 등 대외 부문에서는 성과를 냈으나 쇠고기 파동, 물가급등, 화물연대 파업, 교육정책 및 혁신도시 혼란 등으로 내치(內治)는 낙제점을 면하지 못했다.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국내 혼란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외치(外治)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 부문은 10개 과제 중 상당수가 이행됐지만 초고유가 속에 정책기조를 고환율로 잘못 잡아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규제개혁은 규제개혁촉진법을 제정, 총괄적으로 정비하려 했으나 포기했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는 계획대로 발표했으나 18대 국회가 개원도 못해 이행 연기가 불가피하다. 공장용지 공급 확대 등 정부가 발표한 일부 규제완화 방안은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주택공급확대를 위해 도입하려던 지분형 주택도입은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활성화를 위해 제시한 5+2광역경제권 구축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혁신도시 재검토 논란 속에 파묻혔다. 유류세 인하가 일부 시행됐고 법인세 인하방안이 확정됐지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산업은행의 민영화 방안은 자리를 잡았지만 병행해 추진하려던 금산분리 완화는 연기됐다. 농어업경쟁력 강화 방안 또한 쇠고기 파동 속에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금융소외자 신용회복 지원,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중소기업 활성화 지원 등은 모습을 드러냈지만 부작용 우려와 효과가 미비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4월 한미ㆍ한일 정상회담, 5월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추진돼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동북아 신협력체제 구축은 차질 없이 이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쇠고기 파동으로 한미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고 일본이 독도 문제를 제기하며 뒤통수를 쳐 한일 신우호협력 관계는 날개를 펴보지도 못했다. 북핵 폐기에 우선적 노력을 기울여 북핵신고가 조만간 기대되고 있으나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다. 100일 플랜은 6월 한ㆍ러 정상회담과 6자회담 본회담 개최를 목표로 했으나 이 역시 이행이 어려운 상태다. 국무총리의 5월 중앙아시아 순방이 적잖은 성과를 거둬 ‘자원ㆍ에너지 외교강화’의 첫발은 내딛었다. 법무ㆍ행정 부문에서 노사관계를 포함한 ‘법질서 바로 세우기 운동’을 우선적으로 실시했지만 독단적 인사와 청와대의 정무기능 상실로 오히려 촛불집회, 연대 파업 등만 초래했다. ‘얼리 버드’와 구조조정으로 관료집단의 반발심이 커지자 특별감찰단 활동을 통한 공직자 부패 척결은 공허한 플랜으로 변질됐다. 공기업 민영화 등 공공개혁이 늦춰지면서 특별지방행정기관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계획은 깜깜무소식이다. 0교시 수업, 우열반 편성, 교육부 간부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역풍을 맞은 교육정책 역시 표류하고 있다. 초ㆍ중ㆍ등 교육 분권 및 자율화를 위해 초ㆍ중ㆍ등 교육법 개정안을 6월 국회에 올리려했으나 사실상 무산됐고 300개의 다양화 고교를 6월까지 선정하려 했으나 지역별 이해갈등이 맞물려 제대로 된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영어교육진흥특별법을 제정해 영어공교육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는 국민 앞에 말 한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4대연금 개혁과 건강보험개선을 통한 의료보장체계 구축, 수요자 중심의 보육ㆍ유아교육 정책 개편 등도 100일 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다. 저소득층 자녀 지원 사업,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구축방안 중 일부는 이행되고 있지만 고유가와 쇠고기 파동에 성과라고 홍보하기조차 민망한 처지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권 초 이명박 정부 개혁 과제 이행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으나 정국 주도권을 놓치면서 사실상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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