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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으로 엮은 '조각 아닌 조각'의 세계

정광호 개인전, 일우스페이스 9월8일까지

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의 왕은 안 입은 듯 가벼우면서도 가장 멋있는 옷을 지으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주문을 내렸다가 혼쭐이 났다. ‘존재하지 않는 듯한 존재감’에 대한 난제(難題)를 조각가 정광호는 가느다란 구리선을 엮어 형상을 만드는 ‘비(非)조각적 조각(non-sculptural sculpture)’으로 구현했다.

서소문 대한항공빌딩 내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입체적이면서도 평면적인’을 들여다보자. 물질의 양감으로 공간을 채우는 것이 조각이지만 그의 작품은 선으로 된 형태는 있으되 투명한 채 공간을 비워버린다. 그러니 조각이면서도 조각이 아니다. 구성요소로만 따지면 2차원의 구리선으로만 이뤄졌으니 ‘평면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또 회화는 아니다.

이처럼 규정짓기 어려운 속성과 다양성의 확보가 작품의 매력이다. 여기에다 투과한 빛이 가는 선과 어우러져 예상치 못한 그림자들을 만들어내면 여리여리한 작품은 공간 전체를 장악하는 힘을 갖는다. 단순하지만 산뜻하고 세련된 미감이 현대주택과 전통가옥 모두에 잘 어울려 작가는 두터운 컬렉터층을 확보하고 있다.



나뭇잎과 꽃, 항아리와 물고기는 물론 문자와 산수풍경까지 대표작이 고루 선보였다. 전시는 9월8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료는 없다. (02)753-6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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