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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무죄' 부하 '유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축소

김용판 전 청장 항소심서 무죄

증거 인멸 혐의 간부는 실형

2012년 대선 직전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결과를 은폐·축소해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반면 이 사건과 관련해 증거를 없앤 혐의로 기소된 박모 경감은 징역 9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았던 두 사람 중 일을 실행한 부하는 유죄를, 일련의 활동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는 상사는 무죄를 선고받은 셈이다.

5일 서울고법 형사2부(김용빈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경찰공무원법 위반 혐의와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은 김 전 청장에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행위자의 목적성과 계획성, 능동성이 모두 인정돼야 한다"며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결과적으로는 이로울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 발표 자체를 목적이 있는 선거운동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디지털 분석 결과 보고서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시 보도자료 등의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고 김 전 청장이 수사 결과를 은폐·축소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우인성 판사는 지난해 5월 김 전 청장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업무용 컴퓨터의 기존 삭제 파일이 복구 불가능하도록 처리한 혐의(증거인멸)로 재판을 받은 박 경감에게 징역 9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우 판사는 "증거인멸죄의 유무죄를 판단할 때 타인의 형사사건이 기소되지 않거나 무죄로 판결 선고된 점은 고려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복구가 불가능하게 된 전자정보가 존재하고 그 정보는 '김용판 전 청장의 지시하에 국정원 여직원 사건의 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를 은폐·축소한 사건'과 관련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인멸) 행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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