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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바보 선생님


한 고등학교 학생이 담배를 피우다 담임선생님에게 걸렸다. 교사가 학생의 팔목을 붙잡고 '○○○○'라고 말하기 무섭게 학생은 굵은 눈물을 흘리며 "잘못했어요"라고 말했다. 교사가 한 말은 뭘까.

답은 '미안하다'이다. 꾸지람 내지는 훈계를 기다리던 제자는 그 말을 들은 순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담임선생님은 이런 말을 할 때면 항상 제자의 팔목을 붙잡는다. 어른들의 다정한 손길과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처음엔 어색함에 손을 슬그머니 뺐지만 이제는 옆 반 친구들한테 담임선생님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자랑하는 행복한 아이들이 됐다.

올 초 교사가 된 친구 얘기다. 대학 시절 내내 욕 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친구는 교사가 되더니 "미친X 소리를 안 들으면 선생이 아니다"라는 말을 내뱉는 '터프녀'가 됐다. 그를 통해 엿본 학교 교육의 현주소는 참담했다. 반 학생의 절반 이상이 술ㆍ담배를 하고 수업시간에는 공부보다 잠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생님을 약 올리거나 욕을 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에 속한다.



많은 교사들이 그러하듯 풋내기 교사인 친구도 학생들에게 숱하게 속고 외면당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아이들에게 100번이면 100번 다 져주는 것이었다. "선생님 청소하기 싫어요." "그래 쉬어 내가 할게." "늦잠 자서 지각했어요." "그래 이젠 늦더라도 선생님 걱정하니까 문자라도 꼭 보내."

그 어느 때보다 삭막하다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은 더 이상 공존하는 관계가 아닌 경쟁자로 전락한 듯하다. "도저히 학생들을 당해낼 수가 없다"고 호소하는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가 나오자마자 교권조례를 요구했다. 조례로는 부족하다며 이를 법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원단체도 있다. 수많은 아이들과 생활해야 하는 교사들의 고충이야 이해하지만 학생들은 당해내고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고, 교사 역시 학생의 우위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사이기에 앞서 인생을 먼저 산 어른으로서 한발 먼저 물러서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보다 약하고 학생보다 순진한 선생님이야말로 강력한 법보다도 무너진 교권을 다시 세울 가장 강한 교사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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