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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콘크리트 천장' 뛰어넘기
입력2006-08-21 17:03:50
수정
2006.08.21 17:03:50
“한국 사회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요. 여자라고 차별하지 않고 내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곳에서 자리를 잡으렵니다.”
최근 도미(渡美)를 단행한 김모(여ㆍ36)씨의 말이다. 국내에서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나름대로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녀는 결국 ‘콘크리트 천장’을 넘지 못하고 얼마 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향해 힘차게 달려나가는 대한민국호(號)는 여성근로자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 5월 말 현재 직장인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49.8%에 달한다. 그러나 소위 ‘파워 집단’에 속하는 여성들은 극히 적은 게 현실이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1,00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546개의 사기업과 정부 부처 및 공기업의 경우, 임원진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3%에 불과하다. 게다가 320개 사기업과 95개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 여성은 단 한명도 없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직장에서의 차별을 ‘유리 천장(glass ceiling)’을 넘어 ‘콘크리트 천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벽은 비단 대기업이나 공기업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서도 여성 인력에 대한 채용 선호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18.1%에 그쳤다. 그나마 생산직 주부사원의 경우, 업체당 평균 8.3명을 고용하고 있어 중소기업에서 고용하고 있는 여성 평균 인원 15.5명의 53.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를 두고 기혼 여성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완화시키고 중소기업은 기혼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위로는 올라가지 못한 채 아래로 밀리는 여성의 고용구조를 좋게 해석할 수 있을까. 특히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국가적인 걱정거리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최근 한 언론사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만 1세 미만일 때 맞벌이 비율은 4.6%, 만 2~3세 사이에서는 8.0%, 만 4~5세인 경우 14.2%로 나타났다. 아울러 여성들의 퇴직 사유 중 68%가 보육 문제 때문이며 퇴직에 대한 염려 때문에 임신을 기피하거나 더 나아가 결혼까지 포기하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이런저런 장애를 넘고 살아남은, 능력 있는 한국 여성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중 또 누가, 언제 중도 포기하게 될지 심히 우려스럽다. 한국 경제가 진정한 경제 대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김씨처럼 ‘콘크리트 천장’에 가로막혀 한국을 등지는 여성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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