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액션이라는 건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마법 같아요. 영화 속 액션 장면들을 (공연)무대에 펼쳐 놓는다면 과연 그 흥분이 제대로 전달될까요.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각도에서 촬영하고, 정확한 리듬으로 편집한 후, 딱 어울리는 소리까지 입혔을 때 가짜는 진짜가 됩니다. 그 순간을 제대로 구현해 낼 때의 쾌감이 있죠."
오는 5일 개봉하는 영화 '베테랑'은 '액션의 베테랑' 류승완(41·사진) 감독이 만들어 낸 수많은 마법을 만끽할 수 있는 호쾌한 여름 영화다. 시작부터 끝까지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명쾌한 액션물.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와 한판 맞붙어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 주요 스토리다. 일견 뻔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뻔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 힘은 섬세하게 세공된 캐릭터와 그들이 치고받는 강렬한 에너지에서 나온다.
"통쾌하고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은데, 그건 자신들이 응원해야 하는 대상이 누구고, 어떤 상대와 싸워야 하는지가 명확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감독의 설명처럼 '베테랑' 속 조태오가 그려내는 악(惡)은 근래 보기 드물게 선명하다. 농담이라도 하듯 가볍게 악행을 저지르지만,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인식조차 없는 뼛속까지 나쁜 놈. 배우 유아인은 천진한 표정과 나른한 말투 등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류 감독이 기대한 이상의 조태오를 보여줬다고 한다. 관객들이 조태오를 미워하고 서도철을 응원하게끔 한 일등공신인 셈이다.
"조태오는 선악의 판단 자체가 없는데, 그건 그 친구가 그런 판단을 할 필요도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기 때문이에요. 재벌만이 문제라기보다는 권력을 가진 집단들, 이 '나쁜 놈'을 탄생시키는 시스템을 묘사하고 싶었어요. 그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필요 이상의 행동과 힘을 낭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했죠."
감독은 영화 '베테랑'의 매력은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배우들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캐스팅이 완료되는 순간, 이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에 나부터 기대됐다. 그리고 그 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이 됐다"는 게 류 감독의 말. 감독은 엔딩 크레딧에 배우들의 이름을 먼저 올리기까지 했다.
"좋은 액션을 만들어내는 것은 액션의 기교가 아닌 감정이거든요. 서도철이 조태오의 따귀를 때릴 때의 표정, 조태오가 맞으며 짓는 '어이가 없다'는 그 특유의 얼굴들, 그 감정들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들 덕분에 '베테랑'이 탄생한 거죠."
감독은 '베테랑'을 일컬어 "아쉬움은 물론 있지만 원래 하고 싶었던 얘기에 잘 도착했다는 느낌은 있는, 후회 없는 영화"라고 자평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서도철 형사를 중심으로 한 광역수사대지만 이들이 싸우는 이유는 서민들, 바로 우리를 위함이죠. 그렇기에 '베테랑'은 우리 자신을 응원하는 영화가 되게끔 하고 싶었고, 그 부분은 성공적으로 풀어낸 것 같아요. 바로 그 지점이 이 영화의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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