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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법 40년째 요지부동… '붕어빵 아파트촌' 난립 부추겨

[한국형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 <1> 다양성 가로막는 30가구 기준

낡은 건물 헐고 새로 짓는 판박이 철거형 개발만 치중

1978년 시행령 도입 이후 허가대상·절차 큰 변화 없어

지역별 특성에 맞게 개발… 소규모 도시재생 활성화해야

지하철 4호선 노원역 1번 출구에 위치한 ''상계동 341-5 주거복합 프로젝트''. 판박이 도시개발에서 벗어난 다양한 도시재생 모델이 나오기 위해서는 주택건설촉진법상의 30가구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제공=사진작가 신경섭


# 지하철 4호선 노원역 1번 출구를 나서면 독특한 외관의 한 건물을 만나게 된다. '상계동 341-5 주거복합 프로젝트'라고 이름 지어진 이 건물은 '엔이이디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도시형생활주택이다. 1층에는 카페가 있고 지상 6~8층에 도시형생활주택 14가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에 준공된 이 건물은 외관뿐 아니라 기능에서도 차별화된다. 김성우 엔이이디 소장은 "상계동 주거복합 프로젝트는 도시와 단절된 기존의 단지형 집합 주거가 아니라 상업지역 한가운데 자리 잡은 도심 주거공간이며 그런 점에서 적극적으로 도시와 대화를 시도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붕어빵 아파트와 지역과 단절된 고층건물들이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상계동 프로젝트'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좁은 땅에 근린과 주거,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와의 결합을 시도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김선덕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과거 도시재생이 단순히 아파트를 다시 짓는 '주택정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지금의 도시재생은 주택뿐 아니라 인근 교통·교육·보건·상업시설 등 생활인프라까지 함께 되살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재생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다양성을 가로막는 법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재생 다양성, 30년 넘은 제도가 막고 있다=지금까지 한국의 도시재생은 단순했다. 전면 철거형 개발이 그것이다. 낡은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짓는 '정비'에 그쳤을 뿐이다. 도시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취지인데 현재까지 한국의 도시재생은 '대규모 도시 재개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도심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다.

전면 철거형 도시개발은 우선 사업 진행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 간 조율이 쉽지 않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뉴타운의 경우 사업지구 지정이 다수이고 지구단위 자체의 규모가 너무 크다"며 "지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업 추진은 부진한 반면 대규모 지구 지정에 대한 기대심리로 부동산 가격 상승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도시재생은 붕어빵을 찍듯 아파트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쇠퇴하는 도시를 개발하되 각 지역별 특성에 맞춰 지역주민들이 생활 기반을 잃지 않고 재정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것은 우리의 도시재생이 판박이처럼 똑같은 주원인에 30년 넘게 유지돼온 제도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단독주택 30채, 공동주택 30가구 이상의 주택은 건축허가 외에 주택법에 따른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주택건설 기준'과 '주택공급 절차'를 준수하도록 한 제도다.

1978년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에 따라 만들어진 이 제도는 기준이 거의 변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 제도가 현재 도시재생의 다양성을 막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30가구 이상만 되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분양을 해야 하는데 이는 30채가 넘어가면 어떤 사람들이 이 집에 살지 특정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수요자를 위한 상품을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구도심 활력은 도시재생 다양성에서 나온다='상계동 프로젝트' 같은 다양한 도시재생 모델이 더 나오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30가구 규정을 최소 100가구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유는 도시재생의 '다양성'이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수천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도 설계자는 단 한 명이기 때문에 생산주체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며 "소규모 도시재생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면 최근 젊은 건축가들이 많이 시도하고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도시재생은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도시가 끊임없이 자생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긴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박 교수는 "홍대나 상수동·신사동과 같은 지역이 인기를 끄는 것은 필지가 작아 변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라며 "도시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유기체인데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만들게 되면 기존의 수많은 도로가 사라지기 때문에 도시의 변화능력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도시재생을 무조건 모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문화 등이 다른 상황에서 선진국 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도시재생, 즉 '한국형 도시재생'의 정의와 모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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