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폐막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세계경제 안정과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데다 그동안 도출된 합의안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일각에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막을 내린 올해 G20 정상회의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보호무역주의 배격'과 '외환시장 개입자제'를 재차 확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폐막 기자간담회에서 "각국은 통화가치를 저평가하기 위한 시장개입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경상흑자국들과 수출주도형 국가들은 수요증대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칸에서 합의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하지만 민간 독립 감시기구인 GTA(Global Trade Alert)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칸 G20 정상회의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은 90여건의 보호무역 조치를 취해 '칸 코뮈니케'를 유명무실하게 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자 각국은 오히려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장벽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사이먼 이브넷 세인트갤런대 교수는 "보호무역 조치의 80%는 G20가 취한 것"이라면서 "G20 정상회의에서의 약속이 무용지물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글로벌 경제의 약한 회복세와 높은 실업률로 G20의 정치적 해결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칸 G20 정상회의 이후) 지난 7개월간 보호주의 조치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ㆍ브라질ㆍ파라과이ㆍ우루과이로 이뤄진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도 보호주의의 장벽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메르코수르는 오는 26~29일 정상회의에서 역내산업 보호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수출증대를 위해 자국통화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외환시장 개입조치도 지속되고 있다. 2월 엔화가치 상승 조짐이 나타나자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이 "투기적이고 일방적인 왜곡의 움직임이 있다면 확고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구두개입을 한 데 이어 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값이 80엔을 밑돌며 엔화 가치가 상승하자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가뜩이나 악화한 글로벌 경제상황이 각국의 보호주의 때문에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앤드루 번스 세계은행(WB) 거시경제 총책임자는 12일 발간한 '세계경제 전망 2012 반기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 조정하는 한편 "보호무역주의가 급격한 경기침체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번 멕시코 G20 정상회의에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에 대한 일부 진전된 합의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구체적인 내용 없이 "유로 위기 타개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할 것"이며 "유럽 위기는 유럽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시장의 기대에 떠밀려 마지못해 유로존 위기를 엉거주춤 봉합한 데 그친 것이다.
이와 관련해 G20에 참석한 유럽 국가들은 유로존 내 은행 시스템 통합에 합의하고 28~29일 개최되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은행 감독, 자본 재확충 등을 위한 새로운 규제 및 위기분담 기구를 만들려는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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