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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심리 불안케 하는 당국자의 과언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유럽 사태에 대해 "지난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이라고 말했다. 약간의 전제를 깔았지만 그의 말이 현실화하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당장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이 떠오른다. 기업 도산이 속출하고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쳐난다.

김 위원장 발언의도는 사태가 위중하니 철저하게 대비하자는 데 있을 것이다. 금리인하 촉구를 비롯해 경기부양 조치 등 정책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분위기 조성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취지라도 발언수위가 도를 넘었다. 금융위원장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경제 전반에 예민한 관심을 일으키는 막중한 자리다. 권위 있는 당국자가 '대공항' 운운하면 무지한 국민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다. 국민이 아니라 업계에서 먼저 책임당국자가 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불안을 조성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럽 사태를 다르게 보는 시각도 많다. 결국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이 나서 위기가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설령 스페인으로 사태가 번지고 유로경제가 휘청거리더라도 세계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유로존의 경제 비중이 전세계의 6분의1 정도이고 수출입 교역 대부분이 역내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과장어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중소기업, 창업기업 금융 시스템에 혁명적인 조치들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투자은행(IB) 육성과 관련해서는 "혁명적 빅뱅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유럽 사태를 정말로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자유로운 교수나 논객이 아닌 정책책임자로서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 시각이 문제다. 그렇지 않은데도 그런 자극적인 어법을 구사했다면 맹목적인 충격요법이기 때문에 그 또한 문제다. 강한 경고음을 날리겠다는 충정이나 열의가 넘치더라도 표현은 신중해야 한다.

유럽 사태가 다르게 돌아갈 경우 김 위원장은 앞으로 자기 말의 무게감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언젠가 진짜 큰 위기가 몰아칠 때 그의 말은 더 이상 국민에게 먹혀 들지 않는다. 우리는 금융당국의 최고책임자가 진짜 늑대가 왔을 때 마을주민들에게 외면 당하는 양치기 소년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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