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ㆍ고려 관계사와 동북아시아 고대사 연구를 40년간 해온 저자가 몽골ㆍ고려전쟁의 진행과정을 복원하고 그 속에서 우리역사가 새롭게 되새겨야 할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그간 한국과 북방 사회주의권이 교류를 튼 1990년대 초부터 20년간 중국, 몽골과 시베리아의 오지들을 답사하여 현지의 언어, 민속, 역사유물 연구를 해왔다. 저자는 사료분석을 통해 강동성에서 고려군과 합동작전을 펴 거란군을 궤멸시킨 몽골군 부원수 잘라(札剌ㆍDjala)가 고려침략군 사령관으로 몽골군을 이끌다 1232년 처인성에서 김윤후에게 사살당한 살리타이(撒禮塔ㆍ Sartai)와 동일인임을 반증한다. 또 살리타이를 통해 몽골제국이 중원대륙을 넘어 고려와 일본을 아우르는 해양제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전쟁이 끝난 뒤 몽골의 제주도 직접 경영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고증한다. 몽골군은 고려가 남송-일본과 반몽골 연합전선을 꾸릴 것을 두려워해 전면적인 강화도 침공보다 단계적인 제한전을 폈다. 고려는 결국 몽골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경으로 환도한 뒤 무인정권을 종식시킬 수밖에 없었지만 그 뒤에도 '고려'라는 나라이름과 국체(國體)를 유지하는 남다른 자주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또 다른 부분은 그간 몽골군의 길잡이로 알려져 있는 홍복원 일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 고려의 최전선 국경 요새인 인주의 무관이었던 홍대선이 군민들을 이끌고 몽골군에 투항한 이래, 아들 홍복원, 손자 홍다구로 이어지는 홍씨 일가 등 몽골측에서 보면 고려정복전쟁의 일등공신이지만, 고려로서는 몽골에 부역하여 횡포를 부린 세력이다. 저자는 고려계 몽골장군들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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