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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교회, 식민시대 원주민에 중죄 저질렀다" 사과

17일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4박5일의 방한 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공동취재단

자본주의 비판·환경 문제도 역설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이 식민 시대 가톨릭 교회가 원주민에게 저지른 죄에 대해 사과했다.

외신에 따르면 볼리비아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9일(현지시간) 저녁 볼리비아 원주민, 운동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식민 지배를 이야기하며 “애석함을 담아 이 이야기를 한다. 신의 이름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많은 중대한 죄를 저질렀다”고 말을 꺼냈다.

교황은 “소위 ‘아메리카 정복 시대’에 교회가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해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어 “우리는 십자가의 힘으로 칼의 논리에 강력하게 반대한 수많은 성직자를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수많은 죄가 있었지만, 원주민들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 덕분에 충만한 은총도 있었다”며 준비된 원고에 없던 말도 덧붙였다.

원주민 지도자 중 한 명인 아돌포 체우로베스는 “우리가 바라던 것 이상의 사과였다”며 교황의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앞서 2007년 브라질을 방문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점령 당시 라틴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조용히 기독교 신자가 되길 원했다며 교회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날 어느 때보다 길고 열정적이었던 이 연설에서 교황은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을 배제하며 오직 이윤을 좇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시스템은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농부들에게도, 노동자들에게도, 공동체들에도, 사람들에게도, 땅에도 견딜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진짜 변화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평화와 정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식민주의의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식민주의는 기업, 대부 업체, 자유 무역 조약들,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는 긴축 정책 등 이름 없는 재물의 영향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환경 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해가 가해진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며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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