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우옌 민 찌엣 베트남 주석이 국가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오는 23일까지 6일간의 일정으로 18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했다. 응우옌 주석의 방미는 지난해 1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는 베트남이 대미 경제협력 외교가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75년 베트남전쟁 종전 후 처음 이뤄진 응우옌 주석의 이번 미국 방문은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한 본격적인 개혁ㆍ개방의 신호탄이라고 외신들은 일제히 전했다. 그를 수행한 일행들중 100여명의 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응우옌 주석의 체류 일정에도 정치적인 이슈보다는 미국과의 경제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프로그램이 많이 포함됐다. 응우옌 주석은 이번 방미 기간중 우선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측은 양국간 자유무역체제로 진입하기 위한 무역 및 투자에 관한 기본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이 이미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 베트남내 원자력발전소 건립건도 이번에 타결될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응우옌 주석은 또한 수행한 기업인들과 함께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뉴욕 월가를 미국식 자본주의의 생생한 모습을 직접 확인할 계획이다. 미국 기업인들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머징 마켓'인 베트남 시장에 강한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국 기업인들은 정보기술(IT), 에너지, 통신, 금융서비스 분야 등에서 각종 경제협력 계약을 맺을 계획인데, 특히 보잉 항공기 도입계약 성사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01년 15억달러에 그쳤던 양국의 교역 규모는 불과 6년 만에 100억달러를 넘어섰고 최근 들어 투자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이번 방미 성과에 따라 양국간 교역액과 투자액은 배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한달 전 중국을 방문해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을 찬양했던 응우옌 주석의 이번 미국 방문은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를 고수하더라도 경제적으로는 첨단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AP, AFP 등은 이번 응우옌 주석의 방미가 베트남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에 본격 나서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휩쓸리지 않고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투자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은 방미에 앞서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레 꾸억, 꾸언 등 2명의 반체제 인사를 석방하는 유화책을 내보였다. 응우옌 주석은 이번에 과거 공산정권을 피해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건너간 보트피플 출신 베트남 교민대표들도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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