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근병은 설치 형식의 비디오 조형작업으로 상파울루 비엔날레, 리옹 비엔날레 등지에 초대되며 국제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1992년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로 카셀 도큐멘타에 초대돼 외국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 동안 사회 문제를 다루거나 문명을 비판하는 내용의 작품을 주로 선보였던 그는 최근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연을 다룬 사색적인 작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씽(Nothing)' 시리즈와 '더 사운드 오브 랜드스케이프(The Sound of Landscape)=사이트 에너지(Site Energy)' 연작의 영상과 사진 작품 14점을 소개한다.
'더 사운드 오브 랜드스케이프=사이트 에너지'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숲 속의 잡초들을 숨죽여 관찰하며 찍은 작품이다.
사진 속 거대한 숲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사실은 발 한 뼘 크기도 되지 않는 공간에 자리잡은 잡초들을 찍은 것이다.
'나씽' 시리즈는 새벽 안개가 걷히거나 해가 떠오르는 순간,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시간에 자연의 모습을 5-10분간 촬영한 영상 작업이다.
영상 속에서 비, 바람 같은 자연의 소리는 모두 제거됐지만, 침묵 속에서 오히려 자연의 미물은 더 크게 느껴진다. (02) 543-7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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