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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은 음악인 뿐 아니라 미술가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준다. 관능적인 인체를 떠올리게 하는 곡선 형태와 탄력있는 직선의 조화는 많은 화가와 조각가들을 자극해 소재로 삼게 했다. 중견작가 한만영(63ㆍ성신여대 교수)이 요즘 바이올린에 심취했다. 인사동 노화랑에서 7일부터 열리는 그의 개인전에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바이올린 50여대가 벽을 채우고 있다. "바이올린은 직선과 곡선이 이루는 절묘한 조형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는 지난해부터 바이올린을 이용한 작업에 관심을 갖고 중고 악기상을 수소문 해 바이올린들을 모아 들였다. 현을 따라 연습생들의 서툰 꿈이 흐르던 바이올린 위에 작가는 거장들의 작품을 덧입혔다. 클로드 모네와 앙리 마티스, 르네 마그리트,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에 백남준까지. 바이올린 몸체를 화판 삼아 그 위에 명화 이미지를 잘라 붙이는 콜라주 방식으로 제작했다. 작품 제목은 '시간의 복제'(Reproduction of Time)다. 그는 추상화가 주류이던 1970년대에 극사실 화풍에 몰두했고, 90년대 이후에는 민화(民畵)를 그린 뒤 그 아래 철선을 늘어뜨려 생성과 소명, 창조와 파괴의 순환과정을 보여줬다. 화풍이나 기법 면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했지만 화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과거의 화가들을 불러냈고 쓸모 없어진 악기의 수명을 연장시킨 것"이라며 "과거와 현재, 탄생과 죽음, 구상과 비구상(개념미술) 같은 상반된 개념이 공존했듯이 바이올린 위에 시간을 축적해 과거의 거장과 지금의 내가 공존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바이올린을 감싼 거울로 된 상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종의 문(門)'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총 30여점이 24일까지 선보인다. 소품은 900만원, 대작은 4,500만원 선이다. (02)732-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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