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부터 상업적 포경 완전금지.’ 1982년 7월23일 영국 브링턴에서 열린 33차 국제포경위원회의 결의안이다. 배경은 고래의 멸종위기. 포경국가들의 반발에도 결의안은 찬성 25 대 반대 7표, 기권 5표로 통과됐다. 20세기 초반까지 세계 최대의 포경국이었으나 반(反)포경으로 돌아선 미국의 주장이 통했다. 포경금지(Whale Moratorium) 협약은 제대로 지켜졌을까. 그렇지 않다. 세계 최대의 포경국 노르웨이는 공공연히 상업 포경에 나섰다. 일본도 과학조사를 겸한 포경이라는 미명 아래 남태평양의 고래를 남획하고 있다. 과학조사선 한 척이 500마리가 넘는 고래를 포획해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반대로 포경금지조약을 신주처럼 떠받든 나라도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한국이다. 국제결의안에 장생포의 고래잡이 어부들이 극렬히 반대했으나 곧 잠잠해졌다. 서슬 퍼런 5공 치하에서 정부 정책에 맞서려는 어민은 거의 없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6월 모로코 아가디르에서 열린 66차 국제포경위원회에서 미국 등 반포경국가들은 완전 포경금지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으나 일본 등 포경국가들의 견해에 밀려 논의 자체를 1년간 유예시켰다. 포경을 둘러싼 논쟁과 대립은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경국가들의 발언권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금품과 성접대를 포함한 향응을 제공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한국은 딱한 처지다. 한국을 포경국으로 신규 지정해달라는 수정제안을 낸 뒤부터 반포경국 사이에서는 ‘배신자’로, 포경국에서는 ‘무임승차’로 비난 받았다. 포경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불법 포획된 고래를 파는 식당이 최근 1년 사이 100곳이나 생겼다는 사실이다. /권홍우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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