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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장애인 등 피후견인 재산 신탁제 도입 시급

후견인 재산관리에 한계 많아

지원금 횡령 등 무방비 노출도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서 아빠와 엄마를 모두 여읜 J(8)군은 외할머니가 후견인을 맡아 아이를 돌보고 있다. 역시 부모를 모두 잃은 K(6)양은 고모가 임시로 후견인으로 지정됐다. 이처럼 불의의 사고 등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에게 법원은 후견인을 지정해 아이를 적절히 보호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미성년후견인은 현재 600명을 웃돈다.

후견인은 아이 부모의 재산과 보상금 등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를 돌보게 된다. 하지만 후견인이 고령이거나 생업에 종사하느라 아이를 위한 재산 관리조차 버거운 경우가 적지 않다. 치매, 발달장애 등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돕는 '성년후견인'도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인 재산 관리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간혹 후견인이 나쁜 의도를 갖고 피후견인의 재산을 빼돌릴 위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판단력이나 사무처리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후견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후견제도와 재산 신탁의 적절한 연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기관 등으로 하여금 피후견인의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함은 물론 미리 정해둔 목적대로 재산을 쓸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후견인 교육·양성 등을 담당하는 성민성년후견지원센터 관계자는 "피후견인 가운데 정부 지원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은데 후견인이 임의로 지원금을 써버려 피후견인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피후견인의 재산을 적절한 기관에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012년부터 '후견제도지원신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는 단계부터 금융기관 등의 신탁서비스와 연계해 피후견인의 재산 관리를 돕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 해에만 100여명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법원이 신탁 적용 여부를 심사하고 신탁 재산을 일시금으로 교부할 때나 추가로 신탁을 설정·해지할 때 심사를 거치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이 신탁제도 운영을 감독함으로써 피후견인의 재산 관리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채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후견업무는 보통 가까운 친척이 맡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친족 간 재산범죄는 친족상도례 원칙에 따라 처벌할 수 없어서 후견인의 재산 횡령 등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며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일본처럼 후견지원신탁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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