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여파로 그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던 서울ㆍ수도권 일대 중소형 미분양 아파트에 햇살이 들고 있다. 이 달 들어 20~30평형대를 중심으로 수요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팔리지 않던 미분양분이 속속 팔려나가고 신규분양아파트에도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서울ㆍ수도권의 대형 평형이나 지방의 중소형 아파트까지 확산되진 못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와 수도권 일대 각 업체 모델하우스에는 미분양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SK건설이 서대문구 합동에 분양한 ‘충정로 SK뷰’는 최근 미분양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서 분양률 100%를 눈앞에 두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최근 중소형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실수요자들이 23, 33평형 미분양 물량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1~2가구 정도 남고 분양이 거의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녹천ㆍ신창현 등 2개단지를 분양중인 두산산업개발의 경우 이 달 들어 30평형대의 소진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전셋값 급등과 매물 부족을 겪고 있는 서울 동부권 수요자들이 주 수요층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 분양팀 최성현 부장은 “2~3개월 전과는 미분양 소진 속도가 차이가 난다”며 “문의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벽산건설도 최근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20여가구 정도 남아있던 수원 정자동 벽산블루밍 아파트를 모두 처분했다. 신규분양 시장에서도 중소형 평형의 인기는 되살아나고 있다. 대림산업이 최근 분양에 나선 성북구 정릉1구역 e-편한세상은 비인기지역임에도 34평형이 1순위 경쟁률이 10대 1을 넘었는가 하면 20평형대 소형아파트도 순위 내 청약률이 80%를 넘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소형의 경우 재당첨 제한 때문에 순위내 청약이 거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며 “무순위 접수도 사전예약자가 몰리고 있어 분양 성공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중대형 아파트나 지방 아파트까지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GS건설이 중구 충무로4가에 공급하는 ‘충무로자이’는 30평형대가 모두 마감됐지만 중대형 평형은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전세를 구하는 수요층과 타겟이 다르다 보니 계약이 늘어난 것도 전세난과 맞물려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이 강원도 원주에서 분양한 ‘반곡아이파크’나 홍천군에 분양 중인 ‘홍천 연봉 아이파크’의 분양률도 답보 상태에 있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다 주택자의 경우 규제가 많다 보니 중대형 평형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하는 반면, 실수요자들은 전세난을 겪으면서 이참에 아예 집을 사자는 수요로 바뀌고 있다”며 “분양가가 워낙 높고 집값 상승압력도 대형평형에서 소형평형으로 퍼지다 보니 수준을 낮춰서라도 내 집 마련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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