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이 첼시, 아스널, 토트넘 등 명문 팀을 다수 보유한 축구의 도시라면 독일 베를린은 가히 오케스트라의 도시라 부를 만하다. 지난해 11월 내한해 환상적인 연주를 선보였던 베를린 필하모닉은 물론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오케스터 등 메이저급 교향악단만 무려 8개가 있다. 동서독 분단 당시 체제 경쟁의 일환으로 양측이 서로 오케스트라를 집중 육성하며 나타난 결과이다. 서독의 상징이 베를린 필하모닉이라면 동독엔 절대강자가 없다. 마에스트로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동독 정부가 베를린필에 대항하기 위해 창단한 베를린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터가 지명도 면에선 높은 편이지만 독일 정통 클래식을 추구하는 베를린방송교향악단도 골수 팬들이 적지 않다. 보수적인 독일 음색을 자랑하는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이 6년 만에 내한 공연을 펼친다. 지휘자 마렉 야노프스키는 올리비에 메시앙과 같은 현대음악은 자제하고 브루크너 교향곡 등을 집중적으로 연주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번 내한공연의 레퍼토리도 고전 위주로 짜여졌다. 31일 예술의전당 공연에선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주하고 2월 1일 고양 아람누리에선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선보인다. 지난해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인 아스코나스 홀트사와 전속계약을 맺은 뒤 영국으로 유학을 간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이틀 모두 협연한다.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이 2003년 처음으로 내한했을 때 김선욱의 스승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협연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묘한 인연이 지속되는 셈이다. 연주할 곡은 김선욱이 2007년 내한한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과도 협연했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김선욱은 “지난 9월 스위스 루체른페스티벌에 참여해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로부터 이 곡과 관련해 여러 차례 마스터클래스를 가졌다”며 “베토벤의 음악세계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2년 전과는 달라진 만큼 새로운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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