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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직도 도쿄가 원점인 지적도

오현환 기자 <사회부>

지적도는 원점에서 출발하는 2개의 추가 지점을 확보해 위치를 표시하고 그 지점에서 또 2개의 추가 지점을 확보해 그려나가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땅이나 집을 살 때 권리관계를 표시하는 이 중요한 지적도를 아직도 일제시대에 결정된 도쿄 원점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쓰고 있다. 일제는 조선을 강점하기 위해 조선의 지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자 당시에 도입된 측지기술을 일본 열도보다 먼저 조선에 적용, 측량해 지적도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지적도는 도쿄를 원점으로 출발했고 아직도 권리관계를 분별해주는 중요한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비록 현재 전산화 작업까지 완료했음에도 여전히 원점은 변함없는 도쿄다. 내년이면 해방된 지 60년이나 되지만 우리 지적도에는 일제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나라가 자기 나라의 위치를 나타내는 측지계를 갖고 있는 사실을 비교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더구나 지적도상 땅의 위치와 실제 땅의 위치가 서로 틀린 곳이 비일비재하다. 측지계의 원점이 멀리 떨어진 도쿄가 적용되면서 울릉도의 위치는 461m나 틀린다. 우리나라의 전체 위치도 494m나 차이가 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지적공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3,600만필지 가운데 140만필지 가까이가 지적 불부합지로 조사됐다. 한 측량 관련 전문가는 “인천과 대전의 일부 동은 불부합지가 전체 필지의 절반도 넘는다”고 말했다. 실제 토지와 도면의 토지가 달라 경계선 분쟁으로 해마다 재측량 비용만 700억원 이상 낭비된다고 한다. 그러나 위성항법장치(GPS) 토대의 좌표를 기초로 만들 경우 거리오차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지적기술도 발전했다. 공적 장부상에 일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토지는 여의도 면적의 11배로 21만6,000필지에 달하는 국유지도 지적도를 현대화하면 찾을 수 있다. 이 사업에는 10년이라는 적지않은 기간과 모두 4조8,000억원이라는 적지않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필요한 분쟁을 없애고 자원의 낭비를 막고, 특히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서둘러 착수해야 한다. 지난 90년대 후반 GPS 기반의 좌표로 전환하는 작업이 추진되다 IMF로 중단됐지만 이제 다시 나설 때다.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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