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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흉물로 변한 예비후보 광고물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번화가는 온통 4ㆍ11 총선 예비후보들의 대문짝만한 얼굴로 가득 차 있었다. 고층 건물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커다란 플래카드가 붙여 있는가 하면 일부 예비후보들은 건물 옥상에 쇠파이프로 거치대를 높게 쌓아 올리고 자신의 얼굴을 걸어놓았다.

지난주 말 꽃샘추위가 몰고 온 바람이 거셌던지 한 후보자의 현수막은 절반 이상이 찢겨져 나가면서 얼굴에는 눈만 남은 채 코와 입 부분은 펄럭였고 이 상태로 사흘 동안이나 방치됐다. 그 속에는 앙상한 철골 구조물들이 노출돼 말 그대로 흉물이었다.

아름다운 경관과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을 바로 적용하면 이런 광고물은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과태료나 강제이행금을 물거나 강제로 철거할 수 있다.

다만 이 법 제8조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ㆍ국민투표의 계도ㆍ홍보를 위해 표시ㆍ설치된 광고물은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일시적으로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문제는 공직선거법(제60조의3)이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위해 선거사무소에 현수막ㆍ간판 설치를 허용한다는 내용만 담았을 뿐 그 크기나 세부 위치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건도 달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선거철이 되면 제각각 만들어진 후보자들의 대형 현수막이 난립하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시민들이 우리 지역구에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 어떤 공약을 펼치는지 아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경쟁하듯 커지는 후보자들의 현수막은 얼굴과 이름만을 부각시킬 뿐 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되레 시각적인 불편을 유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광고물은 정보 불평등을 낳을 우려도 있다. 목이 좋은 자리일수록 홍보가 효과적이다 보니 시민들은 더 좋은 자리에 더 크게 광고한 후보를 기억하기가 쉽다. 후보자의 자질보다는 자금력이나 입지 선점 능력이 후보 인지도를 결정짓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후보자들 입장에서 알릴 권리를 보장하는 만큼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더 양질의 정보를 쾌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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