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8%에서 9.5%로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엘비아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성명을 통해 "최근 유가가 상당폭 하락하고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루블화가 절하되는 등 중대한 대외여건 변화가 있었다"고 급격한 금리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은행은 또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이 내년 1·4분기까지 8%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 여파로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인플레이션율이 급등하는 등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러시아에서 이탈한 자금은 852억달러(약 91조원)에 달해 2008년 외환위기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가 연초 대비 25%가량 급락하면서 물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10월27일 현재 물가상승률이 8.4%에 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루블화 폭락과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큰 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가치는 금리인상 발표 직후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사상 최저 수준인 달러당 43루블대로 되돌아왔다.
크레디아그리콜의 세바스티앙 바르브 신흥시장 전략가는 "(루블화가) 회복세를 찾으려면 유가가 상승하거나 지정학적인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런던 소재 스탠더드뱅크그룹의 팀 애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중앙은행은 후속 조치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오는 12월11일 다시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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