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된 지 20년 만에 대수술을 받는다. 지난 1994학년도부터 실시된 수능시험은 지금까지 세 차례 개편됐으나 이번에 응시 횟수 확대, 시험과목 변칭 및 조정, 수준별 응시 등 개편폭이 가장 크다.
◇개편배경은=이처럼 수능시험이 크게 바뀌는 것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수능과목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 중학교 3학년에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국어ㆍ영어ㆍ수학의 경우 수준별 수업이 이뤄지고 기존 10개 교과가 8개 교과(군)으로 통합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행 수능이 필요 이상의 수험 부담을 수험생에게 전가한다는 점도 이번 개편의 배경이 됐다. 수리영역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동일한 수준의 시험이 출제돼 선택권이 제한되고 언어와 외국어 영역의 경우 범교과적 출제로 학교 수업 외 별도의 수능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한 번 보는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 수능에 대한 극심한 압박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컸다.
전국 고교 중 아랍어를 가르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지만 조금만 공부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실제 수능에서 5만여명이 응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매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다 대입에서 수능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고려됐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수능시험을 최저학력 기준으로 활용하는 전형이 늘어나는 등 대입 전형요소로서 수능의 역할이 재정립돼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바뀌나=개편안의 핵심은 복수시행과 수준별 응시, 응시과목 축소다. 오는 2014학년도 수능은 두 차례 실시된다. 수능시험이 처음 도입된 1994학년도에 두 차례 시험을 치른 적이 있지만 두 시험 간 약 8.2점의 점수 차이가 발생하는 등 난이도 조절 실패로 학생ㆍ학부모가 반대해 이후부터 연 1회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고교 3년간 학습한 수험생의 능력을 단 1회에 결정하게 돼 수험생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일 컨디션으로 대학 진학이 결정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를 반영해 11월에 15일 간격으로 수능을 두 차례 시행해 그중에서 점수가 좋은 시험과목의 성적을 골라 대학에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차례만 볼 것인지 두 번 모두 볼 것인지는 수험생이 선택할 수 있고 사회ㆍ과학 탐구는 1차와 2차에서 서로 다른 선택과목을 응시할 수 있다.
가ㆍ나형으로 나뉘어져 있는 기존 수리영역(수학)과 같이 국어ㆍ영어에도 두 가지 수준의 A형과 B형이 출제된다. A형은 인문사회계열 학생이 많이 보는 수리나형처럼 출제범위가 좁고 쉽게 출제된다. B형은 현행 수능 수준이다.
B형은 최대 두 과목까지만 응시할 수 있다. 국어ㆍ수학ㆍ영어 모두 B형을 볼 수 없고 국어B와 수학B를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
시험과목 수도 현재 최대 8과목에서 2014학년도에는 최소 4과목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현행 수능에서 사회탐구는 11개 영역 과목에서 최대 4과목을 응시한다. 과학탐구도 8개 과목에서 최대 4과목(2012학년도에는 최대 3과목)을 볼 수 있다. 2014학년도부터는 사회와 탐구영역에서 딱 한 과목만 선택해 치를 수 있다.
제2외국어와 한문은 수능에서 분리하는 방안과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이 동시에 제시됐다. 이렇게 시험과목을 조정하면 현행 최대 8과목(언어, 수리, 외국어, 사탐 또는 과탐 최대 4과목, 제2외국어ㆍ한문)인 수능 시험과목 수는 2014학년부터는 최소 4과목(국어, 수학, 영어, 사탐 또는 과탐 1과목)으로 축소돼 수험생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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