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부 눈이 번쩍 뜨일 프러포즈 명소
청계천 청혼의 벽 1000번째 짝 탄생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6일 오후7시 서울 청계천 두물다리 '청혼의 벽' 무대에 오모(37)씨가 올라섰다. 손수 만든 동영상이 음악과 함께 스크린에 펼쳐지는 순간 오씨는 그의 여자친구 김모(29)씨에게 "영원이 같이하고 싶다"며 고백했다. 김씨가 수줍은 듯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자 폭죽이 터지고 하트분수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며 두물다리 일대가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이날 오씨 커플은 청계천 청혼의 벽이 만들어낸 1,000번째 프러포즈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시설공단은 1,000번째 커플 탄생을 기념해 개그맨 양헌에게 사회를 맡기고 공연팀 '뮤즈'의 축하 뮤지컬도 선사했다.
오씨는 "4년 전 첫눈에 반한 예비신부를 위해 프러포즈 방법을 찾다 청계천 청혼의 벽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멋진 프러포즈였던 만큼 올 초 하늘나라로 가신 신부 아버님께서도 우리의 결혼 소식을 들으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용두역과 신설동역 사이에 있는 두물다리 청혼의 벽은 지난 2007년 12월24일 첫 프러포즈 이후 5년간 1,000쌍의 커플을 배출한 프러포즈 명소다.
이벤트 이후 헤어진 18쌍을 뺀 981쌍 대부분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청혼 당시 미혼이던 922쌍 중 376쌍은 실제 결혼에 성공했다.
신청자 가운데 12.5%는 여성이다. 올 8월 예비신랑에게 직접 세레나데를 부르며 사랑 고백을 한 송모(27)씨, 남편에게 결혼 1,000일 기념으로 이벤트를 준비한 이모(36)씨 등 여성들의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청혼의 벽에서 프러포즈를 하고 싶은 사람은 인터넷 홈페이지(propose.sisul.or.kr)에 수~토요일 중 날짜를 고른 다음 사연과 프러포즈 영상∙사진 파일 등을 올리면 된다.
정용화 청계천관리처장은 "두물다리는 성북천과 정릉천 2개의 물길이 청계천과 합류하는 곳으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연인들이 사랑을 약속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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