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의 책임은 가해자 본인에게 있다.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라는, 또는 대기업 직원이라는 힘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군림하려는 갑의 구태는 어떤 이유에서건 정당화될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와 사회적 배려가 화두로 떠오른 지금은 더욱 자중했어야 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벌어진 작태들은 특정 기업의 일부 임원, 또는 직원의 일탈행위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다. 물론 임직원들의 인성ㆍ품성 교육을 제대로 안 해 물의를 일으킨 회사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마치 전체 기업의 문제인 양 매도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할 뿐이다.
요즘 기업들은 이전과 분명 다르다. 협력업체나 대리점이 어떻게 됐든 나만 돈을 벌면 그만이라는 인식은 이미 과거의 유산이 됐다. 지난달 현대자동차가 그동안 계열사에서 담당했던 광고와 물류 일감을 중소기업과 나누겠다고 밝혔고 LGㆍ두산그룹과 롯데마트 같은 다른 대기업들도 수천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했다. 이렇게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마련한 30대 그룹의 지원금이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대기업 스스로 갑의 옷을 벗어 던졌다는 의미다.
과거의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갑을 관계는 청산돼야 한다. 하지만 일부 잘못된 개별 사례를 가지고 대부분의 건전한 협력관계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우물 전체를 메우는 우를 범할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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