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막강한 자료요구 권한을 가진 국회가 정작 언론을 통해 감시 받는 일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1일 입수한 국회사무처의 신규보좌직원 오리엔테이션 자료를 보면 언론은 부풀리기와 여론몰이를 통해 국회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사무처는 19대 국회의 새내기 보좌진에게 이 같은 언론관에 기초해 "자료는 가공하고 말은 아끼라"고 조언했다.
국회에 대한 비판 보도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조언이지만 언론을 통해 드러난 예산낭비까지 '의도를 가진 여론몰이'라고 정의한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행정부와 달리 국회는 법적으로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언론이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 실태를 추적한 결과 의원들은 정책연구보다 체면유지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의정활동비를 개인적 용도로 돌려썼다고 보도한 데 대해 국회사무처는 '의도가 뚜렷한 기획기사를 통해 국민이 국회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몰아갔다'고 규정했다.
국회 자료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지 못하게 막는 관행도 정부와 마찬가지였다.
사무처는 자료 공개 결과 '독이 된 사례'로 국회가 고성에 500억원을 들여 의정연수원을 지으면서 전망이 좋다는 것을 근거로 든 내부 자료가 언론에 전달된 것을 꼽았다. 최근 논란이 된 2,212억원짜리 제2의원회관 건립 보도에 대해서는 '초호화판이 아니다'라는 반박을 잘된 해명으로 들었다. 사무처는 그러면서 '언론에 제공하는 자료는 기사의 방향을 (국회에) 우호적으로 유도할 수 있게 가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무처는 또 기자가 부정적인 사안을 취재하면 대응논리를 세우되 부연설명은 취재거리를 제공하는 빌미이므로 말을 아끼라고 했고 긍정적인 사안은 학연과 지연을 총동원해 보도로 이어지게 하라는 대응 방안도 내놓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