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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월드컵인데 웃지 못하는 '브라질 한국 학교'

세금 체납 등으로 경매 위기

"한국통 길러내는 곳 살려야"

학교장, 한국기업 관심 호소

브라질 한국 학교 학생들이 교내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월드컵에 맞춰 대한민국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붉은 셔츠를 입고 있지만 학교 재정난에 언제 학교를 옮겨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상파울루=김영필기자

월드컵에도 웃지 못하는 브라질 한국 학교...재정난에 경매 위기

공한옥 교장 “한국통 인재 길러내는 곳 살려야”

“남미의 심장인 브라질에 한국통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어요. 시가 6,000만헤알인 건물을 1,000만헤알에 넘길 수는 없습니다.”

브라질 전역이 월드컵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지만 웃지 못하는 곳이 있다. 언제라도 건물을 비워줘야 한다는 걱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브라질 한국 학교 얘기다.

올해로 개교 16년을 맞은 상파울루 시의 브라질 한국 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나마 겨우겨우 운영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임직원 복지후생 노동세와 가옥세 같은 세금 체납으로 학교가 경매에 넘어갈 처지다. 세금 체납액만 약 1,000만헤알(약 45억원)에 달한다.

브라질 한국 학교는 교민과 주재원, 현지인 등을 대상으로 현지 기본수업에 한국 문화 등을 추가로 가르치고 있다. 초ㆍ중ㆍ고교 과정이 있었지만 재정난으로 올해부터 중ㆍ고교 과정이 없어지고 유치원 76명, 초등학교 5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 규모만 해도 1만2,500㎡(약 3,780평) 부지에 건평만 5,500㎡(약 1,663평)다.



학교가 이렇게 된 것은 관리를 잘 하지 못한 탓이다. 학생 수와 수업료 수입은 줄어드는데 이렇다 할 대책이 없었다. 교육환경 개선 목적으로 강당을 지은 것도 부담이 됐다.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일부 교민 자녀들의 수업료 미납액만 500만헤알에 이른다.

학교의 재정문제는 1차적으로는 학교 자체 문제다. 하지만 교민들이 한국과의 유대를 계속 갖게 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브라질 진출의 교두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글과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한국 학교는 유지돼야 한다는 게 학교와 교민 사회의 바람이다.

부산에서 초등학교 교장을 지내다 브라질로 지원을 나온 공한옥 브라질 한국 학교 교장은 15일(현지시간) “근본적으로 그 동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학교에 책임이 있다”면서도 “현지 교민 아이들을 가르치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양국 간 교류협력의 발판이 되는 한국 학교가 없어지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한국 학교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했다.

학교도 노력하고 있다. 주차장과 남는 공간을 외부에 임대하고 비용을 줄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지 교민들도 십시일반 성금을 모으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약 140만헤알이 모였다. 배학성 브라질 한인회 이사장은 “300만헤알에 달하는 세금만 내면 앞으로는 학교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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