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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2월20일] 미국 제조업의 탄생


1790년 12월20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강가에 설치된 거대한 수차를 타고 회전축이 빠르게 돌아갔다. 동력을 탄 방적기에서 쉴 새 없이 실이 감겨나오는 광경을 본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미국 최초의 방적공장이 가동된 순간이다. 미국의 산업혁명은 이렇게 시작됐다. 공장주 모제스 브라운의 편지를 받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이듬해 연방 의회에 ‘1년이면 미국 전체의 수요를 채울 수 있는 섬유공장과 기계들이 곳곳에 설치될 수 있다’는 ‘미국 제조업에 대한 보고서’를 올렸다. 방적공장은 미국 북동부 지역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동력을 얻을 수 있는 유속이 빠른 강이 많다는 지리적 장점 덕이다. 첫 공장이 세워진 지 30년 후 미국은 영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섬유산업국으로 떠올랐다. 미국 제조업이 빠른 시일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한 제조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 영국 더비셔 출신 기술자인 21세 청년 새뮤얼 슬레이터가 섬유기계와 기술자 해외유출 금지를 위반, 직업을 농부라고 속인 후 미국에 들어와 정착한 덕분이다. 기술자를 알아본 자본주 브라운(미국 브라운대학교 설립자 존 브라운의 동생)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년 만에 최신형 공장을 만들어낸 슬레이터는 사망(67세ㆍ1835년) 당시 13개 공장을 운영했다. 120만달러(요즘 가치 2억5,300만달러ㆍ비숙련공 임금상승률로 환산)라는 유산도 남겼다. 슬레이터는 돈보다 더한 명예도 얻었다.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1833년 뉴잉글랜드 공장지대를 순시하면서 그의 공장을 방문, ‘미국 제조업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내렸다. 반면 영국에서는 ‘죽일 놈’이다. ‘슬레이터, 영웅인가, 반역자인가’라는 책자와 영상물을 만들어 도둑질당한 과거를 곱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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