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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가 또다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며 중국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증시 폭락에 쏟아낸 증시안정책을 거둬들이자니 여전히 증시가 불안하고 개입을 지속하자니 '금융공산주의'라는 혹독한 비판이 잇따르며 중국 금융시장의 신뢰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중국 증시는 장 초반 4.89%나 하락하며 전일의 폭락(8.48%)을 이어가다 금융주가 상승하며 소폭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오후장 들어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 시노펙(중국석화) 등이 3~4%나 떨어지며 1.68% 하락했다. 전일 중국 증시가 8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며 이날 아시아 증시도 장 초반 내림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대부분 하락폭을 만회하며 오름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가 0.01% 상승 마감했고 대만 자취앤지수도 0.3% 올랐다. 반등했던 닛케이도 장 막판 매물에 0.1%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이날 하루 중국 증시의 변동폭은 6.26%. 지난 7월 초 하락폭이 11~13%까지 확대됐던 변동폭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장중 출렁임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불안하기는 중국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증권금융공사가 2조위안(약 368조8,200억원)을 지원해 17개 은행이 증시에 1조3,000억위안의 자금을 쏟아 부은 효과가 3주도 가지 않은 상황에 금융당국은 허탈해하고 있다.
증시에 긴급 자금을 수혈했음에도 투자심리는 냉랭했다. 인위적 부양책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부메랑이 돼 증시 폭락을 부추기는 악재가 됐다. 지나친 정부의 증시 개입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증시를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다 마녀사냥식의 공매도 조사, 일방적인 거래정지 등은 중국 금융시장의 신뢰성은 물론 시진핑 정부의 금융개혁·개방 의지까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런 비판에 중국 정부가 시장안정책을 거둬들일 수도 없다. 자칫 섣불리 시장안정책 퇴출을 논했다가는 증시가 또다시 폭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국가팀(증권금융 등 유동성 관련 기관) 철수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증감위는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안정의 역할을 다할 것이며 증권금융은 추가로 주식을 매수할 것"이라고 시장을 달랬다. 또 악의적인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이라며 신고센터 전화번호와 사이트 주소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증권당국은 시장안정책을 마냥 붙잡고 있을 수 없는 처지다. 인위적인 시장 조치들은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시장화 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데다 위안화 국제화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 내 경제운용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증시 안정을 위해 쏟아부은 2조위안은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부담스러운 규모다. 인민은행은 이날 올 하반기 유동성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신중한 통화정책'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통화 긴축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마냥 유동성을 풀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주닝 상하이 자오퉁대 교수는 "이번에 정부가 아무 대응책도 내놓지 않을 경우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지나친 개입은 중국 주식시장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시장의 구멍만 키울 뿐"이라고 분석했다. 증시를 놓고 중국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공산당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만능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시부양책을 거둬들일 경우 추가 하락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지만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초기 경제개혁의 의지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증시안정책 퇴출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2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논평에서 '금융 임시 응급관리 조치는 적절한 시기에 퇴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가 몇 시간 만에 '금융 시스템 안정이 우선'이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바꿨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사설이 정부 정책의 예고편인 만큼 몇 시간 만에 논평이 바뀌었다는 것은 공산당 내에서도 증시안정책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앞서 20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인 차이징이 정부가 증시부양책의 출구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가 당국으로부터 무책임한 보도라는 비판을 받고 기사를 삭제한 것 역시 증시안정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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