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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시스템적 사고
입력2004-12-19 16:44:03
수정
2004.12.19 16:44:03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달과 더불어 다뤄야 할 정책의 양도 급증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고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성과중심의 정책평가를 국정운영의 주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시스템 다이내믹스의 선구자인 포레스터 J.W MIT 교수는 많은 대중적 문제들의 원인이 그것을 줄이기 위해 신중히 만들어진 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원인은 정책 입안자들이 근원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생겨난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이득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악이 되는 산출물을 만들어내고 더욱더 임기응변적인 미봉책을 찾을 필요성을 느끼게끔 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정책평가는 성과측정에 머무르고 있다.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가. 단선적ㆍ직선적 사고로 정책평가를 실시함으로써 단기 실적위주의 조급성만 드러내놓을 수도 있다.
그래서 먼저 ‘어떤 부분에서 왜 흐름이 원만하지 않는지.’‘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측정하고 파악해 여러 가지 부작용과 지연현상을 줄여나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평가를 제도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국민들은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수준 높은 정책과 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그 욕구수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떤 일이든 집중하면 성과를 거두겠지만 시야가 좁아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넓게 멀리 볼 수 있어야 유연한 생각이 가능하며 그러자면 창조적인 두리번거림이 필요하다. 결국 과학기술 정책의 복잡성은 시스템적 사고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목표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이 정책 실패로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A 때문에 B다’는 단선적 사고로는 현실에 숨어 있는 복잡한 여러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없다.
시스템적 사고란 사물 자체보다 세상의 복잡한 인과관계 유형을 이해하는 것이다. 전체를 보는 훈련을 말한다. 정지된 장면을 보기보다는 시간에 따른 변화의 유형과 흐름을 보기 위한 사고체계라고 한다.
과학기술 혁신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 발굴과 양성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혁신 주도형 경제성장의 기반을 조성했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여기에는 각 요소들이 서로 어떻게 엮어져 있는지에 관한 인과지도를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당장의 성과에 연연해 하는 단선적 사고와 이원적인 사고체계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상당한 노력도 필요하다.
IT 기술과 바이오 기술, 그리고 나노 기술 등을 통해 다양하게 표출되는 기술자체의 혁신에서 뿐만 아니라 기술 혁신이 작용하는 제반 영역의 전체적인 변화와 방향성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은 ‘경제학자는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는 나의 빈약한 재능과 제한된 역량을 경주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가슴 깊게 새겨져 있는 염원이며 최고의 노력이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제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혁신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은 시스템적 사고 두뇌와 몰입해서 다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마음 모두를 가질 필요가 있다.
필자는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정책 입안자와 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일반국민 모두가 진정한 의미의 시스템적 관점을 갖게 될 때 세계적인 상식을 뒤집는 또 하나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중 ‘나비효과’가 있다. 필자는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술 혁신 주도형 과학기술 정책이 종국에 경제ㆍ산업 전분야에 나비모양의 커다란 영향을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국민의 기대 속에 실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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