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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기자의 코너킥] '마라카낭 비극' 곱씹는 브라질처럼 한국도 알제리전 참패 잊지 말길…

브라질 상파울루의 파카엠부에 위치한 무니시파우경기장에는 축구 박물관(MUSEU DO FUTEBOL)이 있습니다. 브라질 축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죠. 라디오밖에 없던 시절의 경기도 캐스터를 골라가며 다시 들을 수 있고 가상의 네이마르와 볼 트래핑 대결을 벌이는 체험공간도 있습니다. 축구뿐 아니라 브라질 국민의 생활상을 담은 방대한 사진자료와 상세한 설명까지 있으니 브라질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필수 코스로 추천할 만합니다.

한국에도 축구 박물관은 꽤 있습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2002 월드컵 기념관이 있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박지성의 어린 시절 일기도 볼 수 있습니다. 대표팀이 쌓은 업적이 더 화려할수록 그 자료를 전시한 박물관도 빛나는 법이니 '우리도 브라질처럼 세계인이 찾는 축구 박물관을 만들자'는 식의 구호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브라질 축구 박물관에서 배워야 할 것은 다른 데 있습니다. 충격적인 패배와 수모를 잊지 않고 되새기는 그들의 축구 역사 인식입니다. 박물관 한가운데는 작은 극장이 있었습니다. 스크린에서는 1950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 경기가 흑백 영상으로 나오고 있었고요. 바로 그 유명한 '마라카낭의 비극'입니다. 브라질과 우루과이가 1대1로 맞선 경기 종료 11분 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루과이의 역전 결승골에 21만명이 모인 마라카낭스타디움 안팎이 한순간에 얼어붙었습니다. 느린 장면으로 재생되는 골 장면과 함께 심장 박동의 효과음 사이로 저음의 내레이션이 흐릅니다. "이 순간 브라질의 심장이 멎었다." 당시 우루과이는 지금 같은 다크호스도 아니었죠. 브라질 대표팀과 국민은 우승을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겁니다. 1대2 패배 뒤 충격에 빠진 브라질 국민은 자살과 실신 등 집단우울증에 빠집니다. 이 일이 있은 뒤 브라질 대표팀은 유니폼도 국기와 같은 색상으로 바꾸는 등 절치부심한 끝에 이후 13차례의 월드컵에서 다섯번이나 우승합니다. 브라질 축구 박물관은 아픈 과거를 하루에도 수백번씩 복기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대표팀도 최근 알제리전에서 충격패를 당했죠. 첫 상대인 러시아전만 연구하고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대로 여긴 알제리에 대해서는 전술적인 준비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봐도 준비 부족이 나타났죠. 4골이나 내주는 참패는 어찌 됐든 이미 과거지사가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브라질처럼 그날의 과오를 잊지 않고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겠죠. 그런데 우리 대표팀은 알제리전 결과에 대해 '빨리 잊자'는 말만 합니다. 실수가 겹쳐 경기를 그르쳤을 뿐 그때의 모습은 진정한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거죠. 1경기가 더 남았으니 새 기분으로 시작하려는 노력이 이해는 됩니다. 피땀 흘린 훈련의 성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클 테고요. 하지만 알제리전 결과 또한 홍명보호의 분명한 현주소입니다. 심판의 오심에 발목을 잡힌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도 나갈 선수들입니다. 벨기에전 대승으로 16강 진출의 기적을 이루더라도, 반대로 그대로 귀국해야 하더라도 알제리전 완패는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한국 축구의 역사입니다. /상파울루=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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